"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 중단해주세요"

by김민정 기자
2021.03.29 07:31:49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자발적 비혼모를 택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의 육아 프로그램 출연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나온 가운데 SNS 등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먼저 청원인은 “지금 한국은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공영방송이라도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결혼과 정상적인 출산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지만 오히려 ‘비혼모’를 등장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에게 비혼 출산이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일본 여자를 등장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아직 얼마든지 결혼할 수 있는 미혼인 여성이 일본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해 임신한 후 출산 그리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려 한다”며 “바람직한 공영방송의 가정상을 제시해주시길 요청한다”고 했다.

국민청원 뿐만 아니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도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씨의 출연을 절대 반대한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사진=사유리 인스타그램)
청원인은 “사유리씨가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 중 분명히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만 골라 방영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 시청자들의 ‘결혼’과 ‘가정’ 가치관 형성에 매우 편파적이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출산한 것까지는 개인적인 선택이므로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선택에 대해서 KBS가 공개적으로 프로그램화해 방영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해당 청원은 2400명이 동의를 표했다. 한 달 내 1000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한 청원은 KBS 측의 공식 답변을 얻게 됐다.

앞서 KBS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에 사유리와 그의 아들 젠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우리 프로그램 제목의 ‘슈퍼맨’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히어로, 영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사유리 역시 한 아이를 키우는 슈퍼맨의 길로 들어섰다. 슈퍼맨 사유리의 육아를 보고 싶다는 누리꾼들의 요청이 쇄도한 만큼 사유리를 새로운 슈퍼맨으로 섭외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슈퍼맨’ 는 유명인 아빠들이 48시간 육아를 맡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예능으로 엄마가 ‘메인’으로 출연하는 사례는 사유리가 처음이다.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4일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 받아 득남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낳아 화제를 모은 그는 ‘자발적 미혼모’라는 새로운 수식어로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우리 사회에 ‘비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련해 화두를 던졌다. “문화의 다양성처럼 가족의 다양성도 인정되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사유리 역시 정자를 기증받았을 당시 친구들이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임신했을 때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알리지 말라더라. 정자은행에서 기증받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니깐 하지 말라고 해서 고민됐다”면서도 “그런데 비혼모가 아이 낳았다고 하면 찌라시가 돌 수 있지 않나. 외국인 얼굴인데 샘 해밍턴 아들이라던가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어서 차라리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내가 아니라고 해도 파비앙네 아들이라든가 어떻게 루머가 날지 모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을 다 기억해야 한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내가 계속 아빠에 대해 거짓말하면 안되니까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라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이유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