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미국서 들려온 '닉스고' 승전보, 부활 신호탄

by이진철 기자
2020.10.17 08:00:30

한국마사회 경주마 ''닉스고'' 복귀전 우승, 신기록 수립
내달 브리더스컵 더트마일 경주 출전

지난 4일 복귀전에서 10마신이 넘는 대차로 결승선을 지나는 닉스고. 출처 킨랜드 경마장 중계영상.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한국마사회가 해외종축사업을 통해 선발해 미국 무대에 진출시킨 ‘닉스고’가 미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4일 미국 킨랜드 경마장 얼라우언스(Allowance, 1700m, 더트, 총상금 7만5000달러) 경주에서 경주마 ‘닉스고’가 우승했다. 경주기록은 1분 40초73. 경주 우승과 동시에 킨랜드 경마장의 1700m 최고기록을 약 0.5초 앞당기며 신기록을 수립했다.

‘닉스고’는 지난 2018년 10월 G1경주를 우승하고, 다음 달 브리더스컵 경주에서 준우승을 거머쥐며 기대에 찬 2019년 시즌을 맞이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올해 역시 3월 부상 이후 오랜 회복기간을 거쳐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4번 게이트에서 출발한 ‘닉스고’는 좋은 출발에 힘입어 경주 초반부터 선두로 진행했으며, 직선주로 진입 후 스퍼트를 가하며 2위 경주마와 격차를 벌려나갔다. 결국 10과 4분의 1마신(1마신=약 2.4m)이라는 대차로 우승했다. ‘닉스고’를 훈련시키는 조교사 브래드 콕스는 “말 컨디션이 매우 양호하며, 올해 좋은 경주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닉스고’는 다음 달 브리더스컵 더트마일 G1 경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해당 경주는 지난해 한국 경주마 최초로 ‘블루치퍼’가 입상한 바 있다.

‘닉스고’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한 ‘케이닉스’ 사업의 일환으로 선발된 경주마다. 이와 같이 케이닉스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미스터크로우’도 올해 장수목장에서 씨수말로 활동 중이다.



케이닉스는 한국마사회가 서울대학교와 2008년부터 공동 개발한 유전체기반 경주마 선발기술이다. 고전적으로 경주마가 데뷔하기 전 경주능력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선 부마(父馬)와 모마(母馬)의 혈통이 판단 기준이 됐다. 하지만 케이닉스는 경주마의 유전자(DNA)를 개별적으로 분석해 경주능력 연관 유전자를 찾아내 말의 성장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한다.

닉스고의 이번 우승은 코로나19로 지친 한국 경마산업에 잠시나마 위로가 될 소식이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에 비대면·온라인 경마 시행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선 해외 경마 시행체와 달리 한국 경마산업은 지난 2월부터 멈춰섰다.

코로나19로 인한 말산업 피해액은 9월말 기준 총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오랜 휴장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경마 관계자 뿐 만 아니라 경주마 생산농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마사회는 무고객 경마를 시행하며 말산업 기반을 유지하고 관련 종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보유자원을 투입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올해 2월 경마 중단 이후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에 따른 적자폭 누적으로 경영 상황이 한계에 봉착해 지난 9월부로 전 직원 휴업 및 무고객 경마 잠정중단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2018년 미국 브리더스컵 출전해 준우승을 거둔 닉스고. 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