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드라이비트'가 키웠나…제천·밀양 화재와 같아

by이슬기 기자
2020.10.09 09:28:08

드라이비트 공법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 다량 내뿜어
15년 의정부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은 사용금지
울산 건물은 2009년 건립…해당 없어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의 화재 확산 원인 중 하나로 ‘드라이비트(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는 공법)’가 언급되고 있다. 과거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때도 드라이비트 외벽이 화재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적된 바 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쯤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밤사이 큰 불길은 잡혔으나 9일 오전 9시 현재까지 강한 바람이 부는 탓에 완전히 진화되지는 않고 있다. 곳곳에서 산발적인 불길이 솟아오르는 형국이다.

불이 난 삼환아르누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33층 규모(높이 113m)에 127가구와 상가가 입주해 있는 주상복합건물이다. 이 건물 외벽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져 있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마감재로, 가격은 저렴하나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마감재가 잘 타는 데다 연소 시 많은 양의 유독가스를 내뿜어 화재시 인명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 지적돼 온 바 있다.

실제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다쳤던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와, 29명이 사망했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38명이 사망했던 밀양세종병원 화재 모두 건물 외벽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화재에서도 목격자들은 외벽을 타고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 건물은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불이 난 삼환아르누보 아파트는 2009년 지어져 해당되지 않는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로는 이 아파트 12층 발코니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일 새벽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한 아파트서 불이 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KTX 편으로 이날 오전 8시께 화재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