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벤처] 울퉁불퉁 보도, 전철역 계단…유모차 나들이 “꿈도 못꿔요”
by강경록 기자
2019.02.22 06:00:00
관광벤처 성공사례탐방 43
유모차 도시 나들이 정보 플랫폼 '맘비'
도시와 보행약자를 연결하다
'관광벤처공모전' 등 벤처 대회 휩쓸어
웰컴키즈존, 굿매너 캠페인도 진행
| 유모차를 끌고 서울 광화문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있는 엄마들. 서울 시내 보행도로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유모차에 친화적이지 않은 도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커넥터스는 ‘유모차 맘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목표로, 유모차 도시 나들이 플랫폼 ‘맘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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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 세계적으로 관광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위상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7년 국제 관광객은 13억2200만명에 달했다. 또 관광산업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4%로 커졌다. 일자리 창출효과 또한 뛰어났다. 전체 일자리 10개 가운데 한 군데는 관광 관련 일자리였다. 이에 우리 정부도 관광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이 대표적인 사업. 지난 7년간 462건의 사업을 발굴하고, 277건의 창업과 1079명의 일자리도 창출했다. 이에 이데일리는 우리 관광산업의 미래를 이끌 관광벤처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모차 도시 나들이 정보 공유 플랫폼 ‘맘비’
“보행약자는 아무리 작은 문턱도 큰 절벽처럼 다가와요. 영·유아 부모들은 유모차를 끌고 가까운 어린이집조차 가기 버거워해요. 하물며 영유아를 동반한 여행은 어떨까요. 유모차에 친화적이지 않은 울퉁불퉁한 도로부터, 지하철 엘리베이터, 그리고 영유아 편의시설 여부 등등…. 장애인이나 임산부, 영유아 동반한 부모들은 일상에서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있어요.”
커넥터스(대표 한수연)는 유모차 도시 나들이 정보 공유 플랫폼인 ‘맘비’를 운영하는 회사다. 영유아를 동반한 여행을 준비하는 부모를 위한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한수연(39·사진) 대표를 서울 청계천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관광벤처 보육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맘비’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육아에 지친 엄마를 좀비에 비유한 ‘맘(Mom)과 좀비(Zombi)’의 합성어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다. 아가씨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좀비처럼 퀭한 눈에 축 늘어진 몸으로 다니는 ‘육아맘’이 된다는 뜻이다. 육아생활로 인해 초췌한 좀비처럼 변해 가는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또 ‘엄마(Mom) 날다(飛)’라는 뜻도 있다. 맘비 서비스를 통해 영유아를 동반한 육아맘들이 마음 놓고 나들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육아를 어려워하는 것처럼 미국 엄마들도 자신을 맘비라고 부를 만큼 육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어요. 육아를 어려워하는 건 아마도 전 세계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육아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험난한 주변환경 때문이에요. 부모들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나들이는 고통스러울 정도에요.”
◇도시와 보행약자를 연결하다 ‘커넥터스’
커넥터스는 도시공간과 보행약자를 연결한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첫번째 프로젝트가 ‘맘비’였다. 비전도 ‘유모차 맘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삼았다. 이 프로젝트에 공감한 건축·도시계획·컴퓨터공학·디자인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도 힘을 합쳤다. 박 대표 자신도 도시공학을 전공한 연구원 출신이었다. 미국 유명대학에서 도시계획과 정보통신 융합 전문가 박사 과정에 있었다.
“2013년 논문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2014년 아이를 출산 했고요. 그 아이가 벌써 6살이네요.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아기와의 첫 외출 때문이었어요. 당시 8개월 된 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을 나섰어요. 하지만 얼마 못 가서 포기했어요.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 계단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어요. 또 한번은 출산 전 다니던 카페에 유모차를 끌고 갔다가 그제야 그 집 출입문 문턱이 높은 걸 알았어요. ‘대체 유모차로 편히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지?’라고 생각하다가 ‘맘비’ 서비스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맘비에는 영유아 동반 부모나 장애인 등 보행약자를 위한 편의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지 관련 문화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식당이나 카페, 문화시설 등 유모차로 이용하기 편한 장소를 선정했다. 여기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지저귀 교환대, 수유실,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 등의 정보도 담았다. 먼저, 나들이를 계획하는 장소를 앱에 검색하면 해당 장소의 편의시설이나 대중교통 정보 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사동 쌈지길을 찾으면 쌈지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지하철을 통해 유모차로 이동하려면 어떤 길을 이용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다.
| 커넥터스가 운영하고 있는 ‘맘비클래스’(사진=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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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간 각종 벤처 대회 휩쓸어
‘맘비’ 출시 이후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6년 창업 당시 5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7년 7500만원, 2018년 1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2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이는 정부지원사업이나 R&D 사업비를 뺀 순수 매출이다. 커넥터스의 성과에는 정부 지원도 한몫했다. 커넥터스는 지난 2017년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에서 예비관광벤처로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유니크굿컴퍼니에 약 3000만원(자부담 25% 포함)의 사업화자금 등을 지원했다. 이어 같은해 우수성과사업으로 선정되면서 2018년에는 자동으로 관광벤처기업으로 승격했다. 당시 1500만원의 홍보비도 추가 지원받았다. 여기에 한국관광공사는 사업 컨설팅과 박람회 추천 등에도 특히 힘썼다.
이뿐 아니다. 커넥터스는 ‘맘비’ 서비스로 서울시 보행약자용 공간정보 구축사업도 수주하는 등 성과도 올렸다. 또 2017년 문체부가 주최한 ‘문화데이터 활용경진대회’에 최우수상을 받았다. 더불어 ‘K-Startup’ 투자퍼레이드에서 1위에 올랐다. 2018년에는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주최한 ‘관광중소기업 모의크라우드펀딩’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당시 맘비 서비스와 함께 진행하는 ‘웰컴키즈존’ 캠페인으로 전문가와 일반 모의투자자들에게 2억800여만원의 가상 후원을 받기도 했다.
“모의크라우드펀딩대회에서 ‘맘비 앱은 엄마들의 정보 공유수단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경로 공유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을 들었어요. 유모차가 다니기 편한 경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다니기 편하다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시각·청각 장애인 등 보행 취약계층에게 관광지 안전 정보를 올해까지 제공하려고 해요”
| 유모차를 끌고 서울 광화문 거리를 걷고 있는 엄마들(사진=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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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장애 여행 서비스도 준비 중
커넥터스는 ‘웰컴키즈존’과 ‘굿매너’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웰컴키즈존은 식당 등의 매장 중 아이 동반 가족과 아이를 배려하는 공간을 말한다. ‘노키즈존’과 반대의 개념이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해 아이가 불편의 대상이 아님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이들 매장은 아이를 위한 의자나 놀이시설, 유아메뉴,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영·유아 동반 부모들에게 외식 장소를 제공하고, 동시에 제휴 매장에는 지속적인 고객유치를 지원한다. ‘굿매너’ 캠페인은 아이 동반 시 지켜야 할 예의범절 교육이 목적이다. 상점과 개인에게 포스터나 스티커 등으로 교육 내용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예요. 맘카페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어요. 당시 ‘맘충(Mom+蟲·어머니와 벌레의 합성어)’ 논란이 있었죠.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남들에게 폐를 끼쳐도 방치하는 일부 어머니들을 일컫는 맘충에 대한 반발이 노키즈존의 확산으로 이어졌어요. 이후 부모들이 아이와 외식할때 많은 불편을 겪었죠. 지금은 웰컴키즈존 제휴 매장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런 불편함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서울 중구에서는 ‘웰컴키즈존’로고를 공식 채택했을 정도예요.”
현재 ‘맘비’는 안드로이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대규모 업데이트와 함께 IOS 버전도 출시 예정이다. 더불어, 취약계층의 무장애 여행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열린 관광지’ 사업을 시작했다. 전국 관광지에 다목적 화장실, 이동 경사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 안내판 등 설치해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사실 정부의 열린 관광지 사업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해요. 그 정보와 시설은 관광지까지 도착했을 때만 가능해요. 집에서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관광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 여전히 부실해요. 저희는 ‘맘비’ 서비스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