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계약으로 특활비 빼돌린 어린이집 원장…대법 "횡령 유죄"

by한광범 기자
2018.11.06 06:00:00

제주 한 어린이집 원장, 특별활동비 걷어 3600만원 착복
대법 "횡령 고의 인정"…2심의 '횡령 아니다' 판결 파기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어린이집 원장이 부풀린 금액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해 일부를 돌려받아 사적으로 사용해 기소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2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횡령·사기·영유아보육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 원장 문모씨 사건에서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문씨는 직원을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을 타내고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일부 금액을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2013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문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8회에 걸쳐 교육프로그램 운영업체와 실제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해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보호자들로부터 지급받은 특별활동비 중 일부인 3623만원을 횡령했다.

또 2010년 10월 관계 당국으로부터 어린이집 원아수에 비해 취사직원이 적다는 지적을 받자 자신의 아내 등을 허위로 등록해 2013년 9월까지 22회에 걸쳐 총 623만원의 보조금을 받아냈다.



1심 재판부였던 제주지법 형사1단독 허경호 부장판사는 2014년 10월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박희근)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보조금 관련한 사기·영유아보육법만 유죄로 보고 문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문씨가 돈 일부를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운영계약에 따라 보호자들로부터 특별활동비를 지급받은 어린이집이 돈에 대해 별도 처분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고, 문씨에게 특별활동비를 횡령한다는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타인을 위해 금전을 관리하는 자가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부풀린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해 일부를 되돌려 받은 것은, 부풀려 지급된 액수를 횡령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어 “보호자들로부터 지급받는 특별활동비는 어린이집 소유가 돼 어린이집이 처분권한을 갖는다”며 “문씨가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후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어린이집 소유의 특별활동비를 횡령한다는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