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노원화폐` 산파, 그가 말하는 지역화폐 성공요건
by이정훈 기자
2018.09.04 06:22:00
18편. 글로스퍼 <下>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인터뷰
"활발한 대외활동, 업계 목소리 전달 위한 사명 컸다"
"진짜 코인 보여주고자 ICO 나서…2가지 로드맵 필요"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실제 성공적으로 활용되는 세계 첫 지역화폐인 `노원화폐`를 탄생시킨 주역인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지역화폐 성공을 위해서는 이를 널리 사용하게 만들겠다거나 이를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분명한 출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이스신용평가(옛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일하다 지난 2014년 블록체인 기업인 LC컴퍼니를 세웠고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송금 서비스 `비트히어`도 개발한 경력을 가진 김 대표는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노원화폐의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지역화폐 성공요건을 이같이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블록체인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김태원 대표와의 일문일답.
-아프리카TV 방송 진행을 비롯해 블록체인 업체 대표들 중에서도 대외 활동이 굉장히 왕성하다.
△블록체인쪽에서 오래전부터 일해왔다. 그동안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거래소, 암호화폐공개(ICO),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역만 얘기하다보니 이를 포괄적으로 설명하지 못해 외부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왔고 제대로 된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학문적으로 식견이 높은 교수님들도 현업을 잘 알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전문가 집답도 정부나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나 자신이 소위 1세대 전문가라고 불리다보니 업계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외부 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외 활동이 최전방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찬양론자지만 정부나 대중과 소통할 때에는 최대한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자 한다. 또 이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부, 대중과 소통하면서 이 업계를 알리겠다는 사명이 컸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부정적 시선도 있는데.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대외 활동을 많이 하면서도 충분히 현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때는 회사 내실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기 위해 그만 두려고도 했지만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얘기에 고민하다 계속 참여하고 있다. 글로스퍼나 하이콘 투자자들도 저 개인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을 믿고 온 만큼 대표의 생각이 더 널리 알려지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방송에서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글로스퍼나 하이콘에 저해되지 않는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시청자들과의 소통 덕에 우리 프로젝트의 단톡방 등도 활성화되고 있다.
-ICO를 통해 하이콘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압박도 클 것 같다.
△애초는 우리는 ICO 반대론자들이었다. 그러다 가짜 코인이 판치는 모습을 보다가 진짜가 뭔지 보여주고자 ICO를 시작했다. ICO과정에서 발행한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애초 2가지 로드맵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토큰 참여자에게 이득을 주기 어렵다. 프로젝트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에게 이득을 주겠다고 하면 그 자체로 자본시장법상 위반이다. 이 때문에 우리 회사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의 로드맵과 이 토큰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로드맵을 따로 가져가야 한다. 각각의 로드맵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알릴 필요가 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철저하게 토큰 로드맵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노원화폐`를 통해 최초로 지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
△첫 시도이기도 했지만 작년 3~4월에 처음 시작한 노원화폐 프로젝트는 어려움이 컸다. 재미있는 것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어려웠던 게 아니다. 당시 구청장도 학습이 많이 된 상태였다. 다만 공동체나 공무원 하부 조직에서 디지털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디지털화가 되면 조직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공무원들이 먼저 블록체인을 궁금해하고 있다. 노원구가 젊어졌다. 또 애초 설문조사와 달리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주로 제대로 할 일을 알리지 않은 탓이 컸다. 암호화폐가 발행된 후 봉사활동이 적극 홍보되고 그러다보니 사회봉사도 10배 이상 늘었고 가맹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암호화폐가 공동체를 더 넓히고 활성화시킨 만큼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하겠다.
-공공부문에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블록체인이 공공부문에 가져다 줄 장점은.
△과거 플로피디스크가 CD로 대체되는 과정을 봐도 CD로 가면서 용량이 커져 더 많은 내용을 저장할 수 있게 됐고 더 안전해졌다. 블록체인 역시 기존의 중앙화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그 다음 기술이 나오게 된 것인데 이는 시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변화다. 블록체인을 통해 시급하게 바꿔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봐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노후화돼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하며 신뢰 부족으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부문이나 해킹 우려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가장 먼저 적용 가능한 부분이다. 노원화폐만 봐도 어떻게 화폐가 생성되고 사용되고 보관되는지 감시할 필요가 없다. 예산을 사용하고 그 예산을 집행하는 근거 등이 블록체인에 들어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공공부문에서 하나씩의 프로젝트들이 모이다 보면 전체 거버넌스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할 길이 열릴 것이다.
-아직 제대로 된 블록체인 정책이라는 게 없다. 향후 정책 방향에 조언을 한다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하더라도 서둘러 규제나 육성 방향이 나와야 한다. 암호화폐 때문에 블록체인 법제화가 늦춰져선 안된다. 블록체인 법제화 방향은 이미 여러 차례 열린 토론회나 공청회 등에서 이미 법안이 나와 있다. 암호화폐는 정부가 방향을 짚어줘야 한다. 육성까지는 힘들더라도 옭아매선 안된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암호화폐를 도박으로 본다면 그런 정의에 걸맞게라도 규제해야 한다. 카지노사업도 규제를 전제로 허용하고 있는 마당에 암호화폐만 방치해선 안된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투기로 본다면 제주도 등지에만 부분적으로 허용하면 될 일이다.
-최근 지역화폐를 만드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지역화폐는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고 재정, 경제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것이다. 북유럽의 협동조합 구조를 벤치마크 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화폐 개발에 참여하는 지자체나 기업들이 지역화폐를 광범위하게 하나로 뭉치거나 패키지화 해서 수익을 내고자 해선 안된다. 지역화폐를 애초에 왜 만드는지, 이것이 왜 우리 지역에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어렵지 않다. 그 지역의 철학이나 공유경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