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홍,"AI,로봇시대 제대로 준비하려면 추리소설,요리 집중해야"

by강경훈 기자
2017.10.30 06:04:00

[로봇전문가 데니스홍, AI전문가 제리 캐플란 인터뷰]
과학기술 바탕의 융합산업 ''대세''
기계가 일자리 빼앗는 사례 과거에도 많아
스스로 추론·문제해결하는 AI는 과장
이롭게 쓸 수 있는 지혜 찾아야

데니스 홍 UCLA 로봇연구소 교수가 로봇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샌프란시스코(미국)=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직업을 빼앗고 인류를 지배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냥 특정한 일만 잘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몽고메리스트리트 비즈니스센터에서 로봇공학의 세계적 전문가인 데니스 홍 UCLA 교수와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제리 캐플란 스탠포드대 교수를 만나 이들에게 AI와 로봇 등이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데니스 홍 교수는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만든 주인공으로 2007년 무인자동차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용 무인운전 자동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학부모들이 그를 ‘창의적 교육’의 본보기로 생각해 자녀들의 롤모델로 삼고 있기도 하다. 제리 캐플란 교수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인간은 없다’ ‘인공지능의 미래’의 저자로 AI의 미래에 대해 단순히 기술의 측면이 아닌 사회경제적인 영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여러 산업분야의 융합이 핵심 개념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데니스 홍 교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대량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처리가 가능해지고 AI 같은 기계 학습이 발달하면서 기존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일부 직업은 사람에서 로봇으로 대체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기기관, 자동차, 컴퓨터가 등장할 때마다 사회는 ‘대량 실직’의 우려가 있었다”며 “AI도 이와 마찬가지의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이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과 인류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등장하는 영화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로봇·AI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가 과장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리 캐플란 교수는 “특히 한국에서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게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며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프로그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알파고가 사람을 지배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마치 사람만큼 똑똑한 컴퓨터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정책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데니스 홍 교수도 “힘을 쓴다거나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등 특정 능력은 부분적으로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사람처럼 지능을 갖춘 로봇은 20~30년 뒤에도 어려울 것”이라며 “미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울 수는 있지만 AI나 로봇이 무엇을 잘 하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잘 파악해서 기회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리 캐플란 스탠포드대 교수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인간을 정복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로봇이나 AI 같은 융합기술은 결국 창의성이 핵심 경쟁력이다. 홍 교수는 “창의성은 단 한 번의 기회로 얻어지기 보다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쌓여 더 좋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것”이라며 “한국 연구자들이 기술 수준은 뛰어나지만 창의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새로운 시도보다 안정성을 우선시 하는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부지원금 때문에 연구자들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당장의 성과를 내야 해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는 “혁신은 절벽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을 때 비로소 나오게 되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는 ‘뛰어난 2등’ 전략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실패를 ‘끝’으로 인식하지 말고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히 어린 시절의 교육에 대해 “창의력과 발상의 전환이 미래를 바꾸는 핵심”이라며 “많은 부모들이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데 대답은 항상 똑같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교육은 ‘놀이’이다. 공을 차고 흙에서 뛰어 놀며 나뭇잎을 만지는 게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놀이를 통해 수많은 경험들이 체화하고 이것들이 통합돼 지식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의 코딩 교육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코딩 교육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왜’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코딩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짜는 게 아니라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해결을 찾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라며 “코딩에 필요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에는 추리소설이나 요리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순서가 있다는 것을, 추리소설은 이전의 사건이나 행동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분석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캐플란 교수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보다는 다양한 교육을 바탕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특정 전문분야에 대해 너무 일찍 전문가가 되면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과학 저널리즘과 과학기술 해외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니스 홍교수 1971년 미국에서 태어나 3살 때 한국에 돌아와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 위스콘신대로 편입해 퍼듀대에서 2002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버지니아텍 교수를 거쳐 2014년부터 UCLA 로봇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 사이언스’ 선정한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워싱턴포스트는 그에게 ‘로봇계의 레오나드로 다 빈치’라는 별칭을 붙였다.

◇제리 캐플란 교수는 인문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공지능과 컴퓨터언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4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스탠퍼드 교수직에서 은퇴한 후 인공지능의 영향과 윤리적 문제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