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정한류',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

by한정선 기자
2017.05.02 06:00:00

심보균 행자부 기획조정실장
[심보균 행정자치부 기획조정실장] 지난 4월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한국관광문화대전’ 개막식 아이돌 공연에는 10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해외문화홍보원이 매년 개최하는 ‘국제콘텐츠공모전’에는 150 여국에서 무려 2만여명이 참가하고 참가국과 인원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드라마는 물론 한국상품·관광·음식·교육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한국을 동경하고 배우려는 ‘한류(韓流)’가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류’의 확산에는 우리 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과 놀랄만한 경제·사회적 성장이 한몫을 했다.

이제 한류는 문화를 넘어 우리의 우수한 행정 제도와 정책의 전수를 요청하는 이른바 ‘행정 한류’의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연합(UN)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연속하여 상위권을 차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데이터 개방지수 1위를 하면서 한국은 세계가 배우고자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전(前) 대통령은 최근 “한국은 세계 국가 중에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중의 하나이며, 우즈베키스탄의 전자정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등 4개국에 치안, 국가기록 분야 등의 범부처 ‘공공행정 협력단’이 우수 행정사례를 전파한 바 있다.

대체적으로 국제 교류와 협력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즈베키스탄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행정한류 사업은 공공행정 협력단 파견을 계기로 정부데이터센터, 형사사법과 우편물류 현대화 등 여러 분야에서 속도감 나게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에는 그동안 다져 온 행정한류 성과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 우수한 행정사례를 더 많은 국가에 전파해나가야 한다.

우선, 그동안 개별 국가와의 협력에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한 중미지역 국가와 최근 교역대상국이 많이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과 다자 형태의 범부처 공공행정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주한 외교단과 외신기자를 초청하여 행정 현장을 찾아가는 ‘공공행정 우수사례 설명회’를 확대 개최하고, 행정한류 홍보 콘텐츠를 발굴·보강하여 재외공관, 국제기구 등에 배포함으로써 한국의 공공행정 발전 사례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



국제기구와의 교류와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UN 거버넌스센터(UNPOG),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다양화 하고, 각종 국제회의·행사 참석과 외빈의 우리나라 방문 계기 등을 활용하여 행정한류를 확산하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지난해 8월 공공행정 협력단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을 때 알리예프 대통령은 “한국이 단기간에 이룩한 고도의 성장 경험을 자국의 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행정사례와 경제발전 경험은 이제 세계가 부러워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반세기 전 만해도 세계의 변방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은 우리가 이룩한 경제 발전과 전자정부, 정부혁신 등 우수한 행정 경험을 필요로 하는 많은 나라와 나누어야 할 사명도 있다고 본다.

서경(書經)에는 ‘멀리 보되 오직 밝게 생각한다’는 의미의 ‘시원유명(視遠惟明)’이라는 말이 있다. 국제협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더라도 멀리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행정한류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세계 공동번영을 이루는 우리의 자부심이자 새로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심보균 행정자치부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