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스닥]③급증하는 IPO에 수급균형 무너졌다

by신상건 기자
2016.11.08 06:52:0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코스닥시장이 급등락을 보이는 등 불안해지고 있는 건 수급상황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진입 장벽을 낮춰 상장(IPO) 물량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시장 수급을 억누르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독식하고 있어 자금 유입규모 변화가 크지 않은 만큼 신규 기업이 상장하면 소외된 기업들은 더욱 소외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등의 조치를 통해 자금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수는 122개로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액 역시 약 2조1000억원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올해 신규 IPO 기업수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3년내 우량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팩(SPAC) 상장의 증가 영향도 있지만, 코스닥시장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와 함께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의 열풍이 불면서 관련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과 투자금 회수(엑시트) 대부분을 IPO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기업 90% 이상은 엑시트 수단으로 IPO를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은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일부 기업과 상장 주관사들의 욕심에 공모가에 거품이 끼고 투자자들도 IPO 후 바로 엑시트에 나서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악순환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종목과 기업수는 1200여 개에 육박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IT·바이오·제약·화장품 4개 업종으로 이들 업종이 시가총액의 7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기형적 구조 탓에 자금이 몰리는 곳에만 몰려 한미약품 수출 취소와 갤럭시 노트7 단종 등의 업종 관련 악재가 발생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한적인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소외된 기업들은 정작 성장성 있는 기업이라도 자금줄이 마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상장 폐지 기준 강화 등을 통한 시장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 IPO 수급을 조절하기가 어려운 만큼 주력업종에 포함된 기업이라도 지속적 부실이 확인되면 과감하게 퇴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우선 상장된 기업들부터 부실 기업은 빠르게 솎아내야 한다”며 “상장과 비례해 퇴출 기업수도 많아지겠지만 향후에는 자정 기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코스닥시장의 정체성도 재확립하는 게 필요하다”며 “최근 상장한 기업들을 보면 시장이 내세우는 미래 성장산업과 거리가 먼 전통산업의 기업이 꽤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