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독특·유쾌…2016 하반기 창작뮤지컬 대전

by이윤정 기자
2016.10.04 06:08:00

''인터뷰''…김수로 프로젝트 앙코르
내년 오프브로드웨이 진출 화제작
''더 언더독'' TV방송 사연 뮤지컬화
저마다 아픔있는 유기견들 이야기
''더맨인더홀''…자아분열 판타지 스릴러
''쿵짝''…1930~50년대 추억송 ...

뮤지컬 ‘인터뷰’의 한 장면.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는 숨막히는 심리싸움이 펼쳐진다. 올 하반기에는 ‘인터뷰’ 외에도 ‘더 언더독’ ‘더맨인더홀’ ‘쿵짝’ 등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관객을 찾는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올 상반기에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헤드윅’ ‘맘마미아’ 등 스테디셀러 라이선스 뮤지컬이 강세를 보였다. 20주년을 맞아 뉴버전으로 선보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배우 송일국·이종혁·최정원·김선경·임혜영·에녹 등의 열연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헤드윅’은 2005년 초연 이래 열 번째 시즌을 맞아 조승우·윤도현·조정석·변요한·정문성 등 5인5색의 ‘뉴메이크업’으로 돌아왔다. 2004년 초연 이후 33개 도시, 1400여회 공연, 17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은 ‘맘마미아’는 최정원·전수경·홍지민 등 신구멤버의 조합으로 신선한 무대를 선사했다.

하반기에는 독특한 소재·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들이 무대에 오른다. 초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부터 첫선을 보이는 잔혹 스릴러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 숨막히는 심리싸움·유기견 소재 눈길

김수로 표 창작뮤지컬 ‘인터뷰’(9월 24일~11월 27일 수현재씨어터)는 지난 5월에 12일 동안의 짧은 공연기간에도 입소문이 퍼져 매진행렬을 이어갔던 작품이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조각내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른 한 소년이 10년 후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극 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담고 있는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을 둘러싸고, 소설을 쓴 작가 유진 킴과 추리소설 작가지망생 싱클레어 사이의 숨막히는 심리싸움을 그린다. 2001년 런던의 작은 사무실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와 함께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는 인터뷰가 펼쳐진다.

내년 2월에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한다. 뉴욕 현지에서 배우를 선발해 2017년 2월 7일 뉴욕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창작 초연하는 뮤지컬 ‘더 언더독’(12월 2일~2017년 2월 26일 유니플렉스 1관)은 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송한 사연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이 약 4년간의 대본 작업과 개발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진돗개’와 군견 ‘셰퍼트’, 강아지공장의 모견 ‘마르티스’ 등 각자 사연을 가진 반려견이 모여 있는 유기견 보호소 이야기를 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자신이 버려진 이유를 찾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진돗개’가 극 중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개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특히 배우 이태성이 ‘진돗개’ 역을 맡아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뮤지컬 도전에 나선다.

뮤지컬 ‘인터뷰’의 한 장면(사진=뉴시스).


△ 스릴 넘치거나 추억 소환하거나

현대판 잔혹동화를 표방한 ‘더맨인더홀’(9월 9일~10월 30일 대학로자유극장)은 주인공 ‘하루’가 어느 날 갑자기 겪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통해 분열한 자아를 만나는 판타지 스릴러물이다. 연인인 하루와 ‘연아’는 집 앞 놀이터에서 강도에게 칼에 찔려 무참히 맨홀 속에 던져진다.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연명하던 하루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늑대’와 만나게 된다.

이현규 연출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방어기제인 ‘억압’(관념이 의식으로 드러나지 않고 무의식에 갇혀 있는 것), ‘부정’(고통스러운 생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해리’(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아를 파격적으로 변형시키는 것) 현상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 연출은 “‘극한의 상황까지 가게 되면 과연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며 “프로이트의 억압이론과 관련한 현상을 인물의 심리에 대입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쿵짝’(10월 7~30일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간다의 신작이자 소속 배우인 우상욱의 첫 연출작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동백꽃’ ‘운수 좋은 날’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편소설과 고복수의 ‘타향살이’, 봉봉사중창단의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 진방남의 ‘꽃마차’ 등 1930~1950년대 추억의 노래들을 엮은 작품이다.

소설 밖으로 나온 ‘옥희’가 각기 다른 단편소설에 있는 ‘사랑’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각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메시지와 그 안에 담겨 있는 삶의 의미를 고스란히 무대 위로 펼쳐낸다.

뮤지컬 ‘더맨인더홀’의 한 장면(사진=파파프로덕션).
뮤지컬 ‘쿵짝’(사진=스토리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