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든 남자+동인비‘ 회생 기로 될까?

by염지현 기자
2016.02.19 06:00:00

KT&G 만성 적자 소망화장품+KGC라이프앤진 합병 모색
경영효율 노려..화장품 경쟁력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
노후화된 이미지 개선, 혁신 상품 개발 등 변화 필요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KT&G(033780)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자회사 소망화장품과 KGC라이프앤진(이하 라이프앤진)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화장품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합병 효과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브랜드 전반에 걸쳐 수술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 등으론 큰 실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8일 KT&G 자회사 관계자는 “합병을 검토 중이지만 비율 등 자세한 사안은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이사회 승인이 난 후에 내부적으로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은 화장품 사업에 애착을 가진 KT&G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두 부문을 합쳐 중복되는 부분은 덜어내고, 경영 효율화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지난 2011년 소망화장품을 인수한 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2013년 브랜드숍 ‘오늘(ONL)’을 론칭하며 ‘이니스프리’, ‘미샤’ 등 로드숍으로 재편된 화장품 시장에 맞서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2년만에 ‘오늘’의 신제품 출시와 추가 매장 개설을 중지했다. 지난해 초엔 사옥을 목동에서 봉천동으로 이전하고 대표이사를 아모레퍼시픽 출신의 최백규 사장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됐다. 소망화장품의 2014년 매출(717억원)은 2013년(788억원)보다 10% 가까이 줄어들었고, 영업손실은 2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부채(660억원)가 자산총액(550억원)을 넘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KT&G가 500억원을 출자해 긴급 수혈을 단행하기도 했다. 라이프앤진도 2014년 4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3분기엔 당기순손실이 20억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합병이 필요한 수순이라고 얘기한다. 소망화장품이 전개하는 한방 화장품 ‘다나한’과 라이프앤진의 홍삼 화장품 ‘동인비’는 이미지와 포지션이 상당히 겹친다. 차라리 두 브랜드의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10월 ‘꽃을 든 남자’의 BI를 변경하고, 로맨틱 자연주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통합을 통해 한방 화장품 기술력을 높이고, 채널 등을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90년대 잘 나갔던 소망화장품은 2000년대 ‘미샤’, ‘더페이샵’ 등 로드샵에 밀린 후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소망화장품은 지난 10년간 혁신 상품이나 주목할만한 신기술을 내놓지 못했다”며 “게다가 제품 패키지도 90년대 스타일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상당히 노후됐다”고 말했다.

동인비의 경우에도 기존 한방 화장품과는 다른 홍삼 화장품이라는 특색을 차별화하지 못하고, 5만원~10만원대라는 애매한 가격으로 프리미엄 라인이라는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 또 판매 채널도 온라인 몰 하나없이 방판, 정관장 매장, 면세점 등에 국한됐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개씩 신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과 제품질 모두 혁신을 거듭하는 화장품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 상품을 거듭 출시하고, 젊은 감성을 입는 등 기존 이미지를 뒤집을만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