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올스톱…C등급 대기업 10곳 '빨간불'

by김동욱 기자
2016.01.03 10:59:54

기촉법 개정안 국회 문턱 못넘어
오늘부터 자금회수 땐 속수무책
금융당국 '임시 워크아웃 협약' 추진
채권단 동의받는 기간 공백 불가피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병신년(丙申年) 새해 벽두부터 한계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4일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완전히 멈춰 서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의 법적 효력을 2년 6개월 늘리기로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한시법인 기촉법 일몰 기한조차 연장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만큼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쳐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난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기업(27곳) 중 아직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못한 10여 곳이다. 이들 기업은 워크아웃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채권단의 자금 회수를 막을 수 없다.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기업구조조정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4일 첫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 마련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만 최소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기업 구조조정에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법정관리는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고 기업의 회생 가능성도 작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대기업 228곳이 C등급을 받아 이 중 90곳이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금감원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채권단들이 따르는 ‘임시 워크아웃 협약’을 만든다. 법은 아니어서 강제성은 없지만 기촉법 내용을 그대로 담아 채권단의 75% 찬성표만 얻으면 기업들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임시 워크아웃 협약’을 마무리 지어 기촉법이 재입법 될 때까지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촉법이 최대한 빨리 재입법 되더라도 법안 공포 기간을 고려하면 1분기(1~3월) 내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워크아웃과 달리 협약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일부 금융사가 협약에서 이탈한다면 원활한 구조조정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이 한계다. 일부 금융사가 독자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면 나머지 채권금융사가 나눠야 할 부담이 그만큼 커지므로 신규 자금지원 결정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관건은 증권, 보험,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의 참여 여부다. 대기업들은 전체 자금의 10~20%는 2금융권에서 조달한다. 시중은행들이 ‘임시 워크아웃 협약’에 따라 기업의 워크아웃을 동의해도 2금융권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기업으로선 시중은행에서 지원받은 돈을 고스란히 2금융권 빚 갚는 데 써야 해 구조조정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2금융권도 사실상 이 협약을 따르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채권은행과 협의해서 어떤 금융기관이 이 TF에 참여할지 정하겠지만 보험,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최대한 편입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운영협약 TF에는 시중은행 외에도 각 상호금융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제2금융권 금융협회와 중앙회가 모두 참여한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수가 많아 개별사의 협약 참여 서명을 일일이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올해는 대내외 경기가 안 좋아 어느 때보다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촉법 실효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당국이 임시 안을 만들긴 했지만 2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