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핫 플레이스]속도붙은 개포…'집값 왕좌' 되찾았다
by박종오 기자
2015.07.28 06:00:00
[1] 강남 개포지구
1~4단지·시영 사업 막바지…''친환경 미니신도시'' 예고
3.3㎡당 평균 3861만원, ''맞수'' 반포·압구정 제쳐
| △서울 강남구 개포동·도곡동·일원동 일대 개포택지개발지구 [사진=국토지리정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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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동네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침체했던 부동산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자 서울 도심 속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속속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쩍 속도가 붙은 개발사업은 첨단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대규모 주거 단지와 잘 닦인 기반시설, 편의시설을 갖춘 신(新)도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서울 주요지역 및 지구별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전망 등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전국 30개 시와 그 주변 일대 녹지 등 1000여만 평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키로 하고 구체적인 개발 실사 작업에 들어갔다. …대상 지역은 택지난이 심한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가 가장 많은데 서울지역은 강남구 개포동 200만 평, 강동구 고덕동 90만 평 등이며….”
1981년 3월 한 일간지 1면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도곡동·일원동 일대 개포지구 택지개발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나 이제는 낡은 저층 주거 촌으로 쇠락해버린 개포지구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한 윤곽이 드러났다. 지구 내 32개 아파트 단지 중 주요 10개 단지가 일제히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2020년쯤 총 2만 가구에 육박하는 서울 강남권 미니 신도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일대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구룡산과 대모산, 양재천과 탄천에 에워싸인 강남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친환경 주거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 재건축 사업 막바지에 접어든 개포주공 1~4단지와 시영아파트가 있다.
선두는 개포주공 2단지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주민 이주를 마치고 연내 신축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내년 초 일반 분양을 하고 이르면 2018년 말 새 아파트 1957가구의 입주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주공 3단지와 시영아파트는 강남구청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조합원 재산액수와 추가분담금을 확정하는 재건축 대장정의 마지막 절차다. 두 단지 모두 오는 9월 주민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중 착공과 일반 분양을 거쳐 2019년 하반기 입주가 목표다.
기존 주택 수가 약 8000가구에 이르는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 1단지와 4단지도 사업 8부 능선을 넘었다. 두 단지 조합은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구청 인가를 준비 중이다. 2017년 이주, 2020년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로써 1980년대 초 입주한 개포지구의 5개 저층 단지, 1만 2408가구가 불과 5년 뒤인 2020년을 전후해 1만 5449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중층 단지 재건축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하철 분당선 개포동역과 대모산입구역 사이 양재천을 따라 늘어선 개포동 주공 5~7단지가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6·7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위한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했고, 단독 재건축을 추진 중인 5단지는 주민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개포동 옆 일원동 재건축 사업도 활발하다. 일원현대 아파트는 이달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최근 현대·GS건설 컨소시엄은 공무원 임대주택으로 사용 중인 개포 8단지 아파트를 1조 1908억원을 주고 통째로 사들였다. 컨소시엄은 2017년쯤 2000가구 규모의 브랜드 주거 단지 신축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자 집값도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개포동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3861만원으로 지난해 말(3542만원)보다 9%나 올랐다. 강남권 맞수인 강남구 압구정동(3.3㎡당 3812만원)과 서초구 반포동(3.3㎡당 3796만원)을 제친 것이다.
부동산 활황기인 2006~2007년 강남권 집값 왕좌를 지켰던 개포동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재건축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압구정동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후 2013년부터 한강 변을 낀 반포동이 급부상하면서 3위로 밀려났다가 최근 다시 부상한 것이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 4단지 전용면적 43㎡형 매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현재 7억 7000만~7억 8000만원 선으로 한 달 반 사이 6000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전용 51㎡형도 한 달 전보다 7000만원 정도 오른 9억 2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개포부동산 관계자는 “전용 84㎡형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개포주공 2단지 조합원 매물 가격이 추가분담금을 포함해 11억 5000만원 정도”라며 “근처에서 9월 입주하는 ‘래미안 대치 청실’ 아파트 같은 면적이 최근 14억원에 거래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개포지구가 강남권 아파트값 선두 자리를 장기간 수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팀장은 “개포지구가 좋은 주거지이긴 하지만, 생활 편의시설이나 교통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하면 한강 변 반포 일대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거래 침체와 향후 일시적인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포동 한성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자 2~3일 사이 거래 문의가 뜸해졌다”고 전했다. 심 교수는 “2020년을 전후해 개포동 일대에 한꺼번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2008년 송파구 잠실에서처럼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역(逆)전세난’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