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유가하락에 따른 산업별 영향분석

by박수익 기자
2015.05.12 07:00:00

[베스트리포트 요약]노지현·구본욱·이영규·장호준 NICE신용평가 연구원
정유·항공해운·조선·석유화학 업종별 유가 영향 점검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최근 유가하락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유가하락은 원유 다소비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로효과를 통해 산업구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2009년 이후 유가 상승과정에서 누린 정유부분의 대규모 영업이익은 재고자산 축적을 통해 반영돼 왔다. 그러나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안정적이라고 믿어왔던 정유사의 영업이익 변동성에 대한 의문이 확대됐다. 현재 배럴당 60~70달러에서의 유가 안정화라는 글로벌 유가전망기관의 의견을 고려할 때,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정유사에 부정적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해도 현금흐름을 개선을 동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유사의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해선 유가 상승보다 정유사가 생산하고 있는 석유제품의 스프레드(유가와 제품의 가격차이) 확대가 필요하다. 정유부분의 스프레드는 최근 유가하락에 따른 신흥국 중심의 수요 증가 등으로 최근 확대되고 있으나 정제설비 초과공급으로 지속가능성이 제한적이다. 정유부문을 보완해주던 석유화학 스프레드 마저도 세계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의류·화섬 수요증가 둔화로 PX 스프레드 회복에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스프레드 확대를 동반하지 않은 유가 상승은 신용위험 개선에 제한적이고, 유가의 추가적 하락 속에서도 스프레드 확대가 동반될 경우 신용위험 축소가 가능하다.

항공운송기업은 유류할증료 부과기준이 되는 항공유가격이 갤런당 150센트 이하로 내려가면 비용감소효과가 전액 수익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모두 큰폭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 유가하락이 실질 운임인하를 통해 운송수요에 긍정적 영할을 미치고, 이같은 수요증가 효과는 유가하락 수준에 비례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항공운송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요인이 존재하므로 유가하락 정도가 크지 않을 경우 실질적 수익성 개선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해상운송기업 중 컨테이너 주력선사는 유가하락으로 단기적 수혜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 지속된 업황 부진으로 낮은 수준의 운임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하락에 따른 단기 운임조정 가능성이 낮고, 미국 서부 항만 파업 장기화로 관련노선 움직이 당분간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해당 노력을 주력으로 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탱커선도 미국발 원유공급 증가와 저가 원유구매 수요증가로 운임지수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유가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그러나 벌크선 주력선사는 유가하락에 따른 수혜가 작을 것이다. 특히 일부 벌크선사들은 유가등락이 운임에 반영되는 장기계약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유가 등락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조선-어려운 외부환경…해양플랜트 발주 위축 부담

최근 유가급락으로 인해 다수의 오일 메이저사들은 구조조정과 투자계획 축소 등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분 발주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가 상선으로 대체됨에 따라 상선부분 수주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또 유가하락을 반영한 운임조정 가능성과 해운업 전반의 높은 경쟁강도를 감안할때 저유가에 따른 선박 가격의 구조적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불리한 외부환경의 구조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은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창출력 및 재무안정성에 부담 요인이다. 현대중공업 계열 3사는 최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나 불리한 시장환경 및 주요 프로젝트 손실발생 가능성으로 사업정상화가 상당기간 소요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등 시추설비 분야에서 우수한 제작역량을 기반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했으나, 해양부문 발주 위축 등 불리한 시장환경이 지속되는 점이 향후 영업실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비교적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으나, 당분간 낮은 가격과 불리한 결제조건으로 수주한 프로젝트가 실적에 반영되는 점이 부담이다.

유가하락에 따른 단기 부정적 효과가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2014년 4분기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올해 실적은 재고자산 관련 손실 소멸 효과만으로도 작년보다는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는 일시적 요인이다. 유가 움직임이 지금과 유사한 변화를 보였던 2008~2009년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호황국면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요성장세 둔화 지속, 자급률 상승추이 지속 등으로 수급여건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2009년과 같은 유의미한 경기회복 가능성은 낮으며, 장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 셰일가스 증설투자 효과가 2018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장기적 위협요인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