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엔 허물벗는 혁신을" 뱀띠 CEO는 누구

by김정남 기자
2012.12.31 10:57:51

'뱀띠 CEO' 구자열 LS 회장, LS호 선장 첫 취임
차석용 LG생건 부회장 등 뱀띠 CEO, 계사년 맞아 각오 다져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눈앞이다. 검은색을 의미하는 천간 계(癸)와 뱀을 뜻하는 지지 사(巳)가 만난 ‘검은 뱀’의 해다. 뱀은 예로부터 동양사상에서 숭배의 대상이었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다시 태어나는 불사와 재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뱀이 갖는 이 같은 특성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적인 불황 탓에 유례없는 위기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올해는 특히 그러하다. 계사년을 맞는 뱀띠 CEO의 각오가 남다른 이유다.

구자열 LS 회장
가장 주목받는 뱀띠 CEO는 올해부터 LS(006260)호를 이끌게 된 구자열(60) 회장이다. 그의 명함에는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No Innovation, No Future)’라는 문구가 있다. LS전선을 처음 맡았던 지난 2004년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주도한 작업도 경영혁신이었다. 그 사이 LS전선은 업계 7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구 회장은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흑사의 해”라면서 “올해 ‘새로운 도전, 함께 펼쳐갈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LS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외부영입으로는 처음 LG 계열사 부회장에 오른 차석용(60) LG생활건강(051900) 부회장도 뱀띠다. 그는 “멋진 실패에 상을 주고 평범한 성공에 벌을 줄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모두 끊임없이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두발 자전거와 같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삼성에도 뱀띠 CEO는 적지 않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재계의 예상을 깨고 승진한 박근희(60) 삼성생명(032830)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의 상징인 전자와 함께 금융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게 그의 지상과제다. 박대영(60) 삼성중공업(010140) 사장, 박상진(60) 삼성SDI(006400) 사장, 윤진혁(60) 에스원(012750) 사장, 윤주화(60) 제일모직(001300) 사장, 박준현(60)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도 계사년을 빛낼 뱀띠 CEO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이들은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뱀의 습성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이 강한 리더”라고 평했다. 그는 “경영 관점에서 볼 때 뱀띠 CEO는 지장(智將)형 리더에 속한다”면서 “창조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치밀히 짜고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CXO연구소가 1000대 상장사의 뱀띠 CEO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구자열 회장 등과 같은1953년생이 뱀띠 CEO 96명 중 69명을 차지했다. 장세주 동국제강(001230)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강희전 대한전선(001440) 사장, 배중호 국순당(043650) 사장, 방한홍 한화케미칼(009830) 사장, 김석준 쌍용건설(012650) 회장 등도 올해 환갑을 맞은 뱀띠 CEO다. 1965년생은 1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034020)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1941년생은 10명이었다. 이중홍 경방(000050) 회장, 정재봉 한섬(020000) 사장 등이다. 최연소 뱀띠 CEO(1977년생)는 류긍선 다날(064260) 대표이사 1명이었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지난해 7월 용인연수원에서 열린 전사 전략회의에서 고객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삼성생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