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기·진흥저축銀 등 지주사에 매각 검토

by송이라 기자
2012.11.08 08:30:36

정권 말 금융지주사, 저축은행 해결사 또 나서나
"가교저축銀 인수는 더 어려워"..금융지주사 '울상'

[이데일리 이준기 김도년 송이라 기자] 금융당국이 진흥, 경기 등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 금융지주사에 떠넘기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7일 “이들 부실 저축은행을 연내 가교 저축은행으로 넘긴 후 최근 토마토2저축은행을 인수한 예솔저축은행과 함께 금융지주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자로는 우리금융지주(053000)와 신한금융지주(055550), KB금융(105560)지주 등이 거론된다.

진흥과 경기저축은행은 지난 8월 말 기준 각각 자산 1조 4400억원, 1조 7100억원으로 자산 순위 10위권 안에 속해 있다. 예솔저축은행 자산은 6월 말 기준 3700억원이지만, 7060억원 규모의 토마토2 저축은행을 계약이전 받은 후 자산규모는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대형 금융지주사뿐”이라며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으로 편입하면 시장 안정이나 대주주 전횡 가능성 측면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들은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이미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2개 저축은행을 떠안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인수는 무리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굵직한 경영전략에 금융당국의 동의가 필요한 일부 지주사는 무조건 손사래만 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B금융은 ING생명 인수에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반응이고, 신한지주는 지난 5월 퇴출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혀 있다. 카드분사에 적극적인 우리금융은 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주사들이 서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가교 저축은행으로 넘긴 후 지주사에 매각한다는 건 자산부채이전방식(P&A)이 아닌 인수합병방식(M&A)으로 가져가라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P&A 방식은 자체 실사 후 우량 자산만 골라 살 수 있지만, M&A 방식은 부실 자산까지 모두 가져와야 해 부담이 크다.

이 관계자는 “우리 의사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며 “다른 지주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본 뒤 생각해 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만약 다른 지주사들이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면 우리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