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 갈등, 기반시설에 불똥…입주지연 우려 커져

by남궁민관 기자
2025.04.15 05:10:00

장위4구역, 정비기반시설 공사 지연에 입주 혼란
시공사 외 타업체 공사지만, 본공사 지연 영향 불가피
조합 금융비용 부담에 임시사용승인 연기도 쉽지 않아
공사비 갈등 곳곳…"안전 위한 조합 결단도 필요"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사업 ‘장위 자이 레디언트’가 입주지정기간 첫 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이삿짐 차가 단지로 진입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단지 내외 도로와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를 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안전을 이유로 관할구청인 성북구로부터 ‘준공인가 전 사용허가(임시사용승인)’를 받지 못하면서다. 일선 혼란이 가중되자 성북구는 조합으로부터 ‘안전 확보’를 약속받고 당일 정오께 허가를 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공사 마무리까지 입주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 자이 레디언트’ 입주지정기간 시작일인 지난달 31일, 단지 외부에서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곳곳 치솟은 공사비를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장위4구역과 같은 사태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이번 장위4구역 사태의 주요 배경은 조합이 직발주한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 업체들의 설치공사가 예상보다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아파트를 비롯해 단지 내부 도로·녹지 등을 설치하는 소위 본공사는 시공사가 맡지만, 단지 외부 도로·상하수도·공원·공용주차장·공동구 등 정비기반시설은 중소 건설업체에 분리발주해야 해서다.

다만 책임을 이들 정비기반시설 업체들에만 물을 수 없다는 게 정비업계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기반시설은 시공사, 아파트 단지 내부 본공사와 별개로 다른 전문 업체가 단지 외부에서 공사를 진행한다곤 하지만, 본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진행할 수 있다”며 “만약 본공사가 지연됐다면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위4구역은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으로 지난해 9월 ‘공사 중단 예고’ 현수막까지 내걸린 바 있다. 시공사는 공사 원자재 폭등과 인건비 상승,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490억원의 공사비 추가 증액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설계변경 금액 150억원만 지급하겠다며 올해 초까지 갈등을 이어왔다. 서울시와 성북구의 중재 끝에 305억원에 협상을 매듭지었지만, 공사 일정이 빠듯해지면서 불똥이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로 튄 셈이다.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가 늦어진 만큼 임시사용승인 일정을 늦추면 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비업계 설명이다. 사용승인(준공) 또는 임시사용승인이 나야 입주민들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져 잔금을 치를 수 있어서다. 반대로 말해 임시사용승인을 늦출수록 이자 등 조합 금융비용이 늘어나 각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최근 주요 정비사업 곳곳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한 만큼 장위4구역과 같은 사태도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렸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 업체들과 공사비 갈등 끝에 증액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입주 지연 사태를 막기도 했다.

공사비로 갈등을 빚었던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동작구 노량진6구역, 경기 광명 철산주공8·9단지 최근 각각 증액에 합의했지만 상당기간 공사가 지연된 상황이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는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정비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간 대부분 정비사업은 입주시 안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 마무리 전 임시사용승인을 받아왔다”며 “다만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정도라면 조합도 사전에 조합원들과 다소간 비용 부담이 늘더라도 임시사용승인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