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막고 청년일자리 늘리고…"우린 노·사가 힘 합쳤습니다"
by최정훈 기자
2022.01.05 07:07:00
위험의 외주화 제한하고 안전에 과감한 투자까지
잊지 않은 청년 일자리…경제적 자립도 지원
총파업 등 노사관계 악화일로에도 “협력했습니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 산업 전환 등 산적한 노동 이슈들로 올해 노사관계도 암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노동의 현장 속에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갈등을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한 곳도 적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노사간의 갈등이 올해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수의 한 공장에서는 공장장이 직접 산재 줄이기에 나섰다. 이재근 남해화학(주) 공장장이다. 이 공장장은 안전관리 전문기술능력 향상을 위해 국가 기술자격증을 취득하고 특허도 출원했다. 또 화학공장 생산기술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간한 안전 관련 논문은 회사 내외 안전교육 교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 공장장은 중대재해예방을 위해 위험작업의 외주화 제한, 고위험작업 밀착점검 강화, 작업중지권 철저한 시행 등으로 회사 운영프로세스를 생산 우선에서 ‘안전우선’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안전보건전담 조직 확대, 노후설비 교체, 위험설비 개선, 협력사 안전작업 수행을 위한 지원활동 강화 등을 통해 남해화학 설립 최초 지난해 산업 재해율 0%를 달성했다.
조정우 ㈜한진중공업 신서천화력기전공사 차장은 대형 중량물을 주로 다루는 사업장 특성을 감안해 화력발전소 보일러·터빈을 설치할 때 안전장치와 표준기준을 수립하고, 개선사례를 발굴한 뒤 전파하는 등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시행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장 맞춤형 교육시설을 구축하고, 타워크레인 등 건설 5대 장비를 매월 1회 이상 점검하기도 했다.
김도영 LG생활건강 ㈜해태HTB 익산공장 파트장은 미국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대우캐리어 공장에 도입하고 적용한 결과 무재해 250만 시간을 이뤄냈다. 또 2018년부터 중대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환경 투자에 37억을 집행,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매월 노사대표와 함께하는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전체 근로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3년간 2285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청년을 중심으로 구직난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곳도 있다. 김태주 주식회사 제스파 대표이사는 1993년 제스파 설립 이후 건강 및 미용기기 등의 제품개발, ODM 방식 유통 등 지속적인 성장 경영을 통해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제스파는 코로나19 하에서도 최근 2년 간 채용을 80%(52명) 늘렸다.
또 제스파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해 청년에게 목돈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일학습병행제 3개 과정 참여, 직원들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시간과 비용을 지원(125만원)하는 등 청년 고용 창출 및 근로자 역량 개발에 관심을 집중했다. 또 일생활 균형을 위해 임금 감소 없는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수유시간, 난임치료 휴가 부여, 시차출근제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성남 ㈜아이티아이즈 대표이사는 2013년 12월부터 디지털 금융 플랫폼 전문기업 아이티아이즈의 임원 및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지속적 성장 속에서 산학 연계 등 다각화된 청년 일자리 확대와 인력 양성에 나섰다. 아이티아이즈는 매년 신입사원을 채용해 현재 전체 근로자 335명 중 청년 근로자 129명(38.5%)이 근무하고 있고, 최근 2년 신규 채용자 172명 중 112명(65%)이 청년이다.
또 청년이 선호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탄력근무제, 부서장 재량 50% 인원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연차 사용 촉진 및 리프레쉬 휴가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특히 프로젝트 수당이나 파견 수당 지급과 급여테이블 표준화를 통해 임금체계를 개편해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여겨 도서구입비·업무관련 교육비·자격증 취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총파업 등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대화를 통해 성숙한 노사문화를 구축한 곳도 적지 않다. 장홍은 주식회사 대덕 사장은 노사 양보·협력을 통한 코로나19 등 경영위기 극복 및 장기간 무분규 사업장으로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했다.
장 사장은 1998년 대덕전자㈜ 노동조합 설립 이래 무분규 기조 유지 등 안정적 노사관계를 통해 매출 확대 및 고용창출 등 노사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노사협의회, 고충처리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노사 소통을 위한 다양한 기구 운영 및 노사 합의로 모범적인 복지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근무체계 변경, 유급휴게시간 30분 추가 제공 등 노동자의 임금감소가 없도록 지원책을 마련해 주52시간제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로도 꼽힌다.
유정종 LG전자노동조합 구미지부 지부장은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해 사업장이 지역 내 대표적인 노사문화 우수 사업장으로 발전하는데 공헌했다. 소모적 논쟁 없이 단기간 내에 노사 교섭 및 합의에 주력하는 등 31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시 프리미엄 모델은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사측을 설득하는 등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
손태도 신흥글로벌㈜ 대표이사는 창사 이래 노사 분규 없이 중소기업임에도 연간 노동자 이직률을 2% 미만으로 유지하는 등 기업 성장과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기여했다. 특히 노동자 대표단체인 사우회 운영 지원 등 노동자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 및 안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최근 3년 간 산재율 0%를 달성했다.
박덕규 ㈜휴비스전주공장 노조 위원장은 구조조정 없는 합병 지원 등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공헌했다. 3개로 분산되었된 노동조합을 통합하거나 공동교섭화해 교섭체계를 단순화하고, 20년 무분규 사업장 달성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