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날 출간된 박근혜 저서…"세월호 진실은 밝혀질 것"

by김민정 기자
2021.12.31 07:48:53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으로 31일 0시 석방된 가운데 그의 옥중서신집이 출간됐다.

지난 30일 출간된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지지자들과 나눈 편지를 유영하 변호사가 엮은 책으로, 탄핵 사태 전후 박 전 대통령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직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진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책 서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믿었던 주변 인물의 일탈로 온 힘을 다했던 모든 일이 적폐로 낙인 찍히고, 묵묵히 직분을 이행한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면서도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 과정을 두고 “제가 수많은 수모를 감수하면서 일주일에 4번씩 감행하는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참아낸 것은 사법부가 진실의 편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믿음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그런 저의 기대와는 달리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썼다.

이어 “더이상 그런 재판부가 진행하는 재판에 참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구차하다고 생각해서 변호인들에게 저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진실은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또 한 지지자가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를 기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증오의 대상 윤석열이 조국을 치는 이유가 뭔지 혼란스럽다’고 쓴 편지에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며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31일 새벽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관련 언급도 했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날의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다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들다.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박 전 대통령은 맺음말에서 “국민에게 나은 삶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변 인물의 일탈로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며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는 편지를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31일 교보문고 인터넷 일간 베스트에 따르면 ‘그리움은 아무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2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전날 인터넷에서 판매된 양을 집계한 것으로 박 전 대통령 책은 예약 판매만으로 2위에 오른 상태다.

(사진=교보문구 인터넷 사이트 캡쳐)
한편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풀려났다. 2017년 3월 31일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이다.

전 대통령은 이날 0시(30일 밤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석방됐다.

법무부는 특별한 절차 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배부한 뒤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삼성서울병원에 배치했던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석방 후에도 내년 2월 초까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