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불법화한 中, 제도권 흡수 나선 美…한국은?

by김보겸 기자
2021.05.20 07:31:58

中 "투자자 보호 못 해…가상자산 거래하면 처벌"
美 "투자자 보호 위해 SEC에 감독권 더 달라"
한국서도 제도권 편입해 투자자 보호에 공감대 ↑

세계 각국이 가상자산에 칼을 빼들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자산)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암호화폐 거래 금지를 재확인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추락했던 암호화폐 시세는 일부 낙폭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많게는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같은 급락세는 각국 정부의 규제조치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국들은 최근 암호화폐 투자가 크게 늘자 잇따라 규제 칼날을 꺼내들었다. 다만 규제 강도에는 온도차가 있다. 중국은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기를 아예 거부하는 반면, 미국은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 관리 가능한 선에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을 향해 가장 가혹한 칼날을 겨누는 나라는 중국이다. 투자자 보호는커녕 가상자산과 관련된 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형사 처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 인터넷금융협회와 중국은행업협회, 중국결제업무협회 등 국영 금융 유관협회는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가상자산은 실제 가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며 “중국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를 겨냥해서도 “대중들도 자신들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에서는 가상자산뿐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는 물론,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교환하거나 거래를 중개하는 행위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역시 가상자산 규제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중국과는 결이 다르다. 제도권에 편입한 뒤 관리 가능한 선에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금융위원회에 해당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의회에 더 많은 감독권을 달라고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중순 취임한 겐슬러는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기관이 없어 사기나 조작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오직 의회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를 규제할 권한이 SEC에 없으니 의회가 법을 바꿔 감독권을 달라는 요구다.

방점은 금지가 아닌 투자자 보호와 감독에 찍혀 있다. 때문에 규제 대상인 가상자산 거래소도 SEC 입장에 우호적이다. SEC 승인 아래 최근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중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트위터에 “올바른 가상자산 규제 방법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환영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지난 4월1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에서 자사의 나스닥 상장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규제 움직임의 배경으로는 주식 투자자처럼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미국에선 코인 시세조작 시도가 일어나도 처벌할 수 없다. 타인을 끌어들여 매매를 유도하는 행위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증권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해서다. 머스크 같은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코인 가격이 오락가락해도 규제당국이 손쓸 수 없었던 이유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주류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어 규제당국으로서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압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미 월스트리트 터줏대감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6일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체결하는 등 주요 금융기관에서 가상자산 관련 거래가 시작되는 상황이다. 안젤라 월치 세인트메리대학교 블록체인기술센터 교수는 “가상자산이 주류 금융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갈수록 더 체계적인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한 현실을 직시해 규제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 최대 송유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커집단에 공격당한 뒤 몸값으로 가상자산 56억원어치를 지불하는 이른바 ‘가상자산 랜섬웨어 공격’이 벌어지며 규제 목소리가 힘을 받기도 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탈세나 불법 활동에 대한 자금 조달은 오랜 기간 현금으로 지불됐지만 가상자산의 잠재력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 중단 여파’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일제히 급락했다 회복중인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한국도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해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를 주무 부처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규제와 투자자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을 통해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실 거래소를 퇴출하고 안정적 거래 환경을 갖춘 거래소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란 기대다.

의회에서도 가상자산 투자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시세조종과 해킹을 막고 금융위 인가를 받은 거래소만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