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98%가 올해 등록금 동결·인하…올린 곳은 8곳 뿐

by신하영 기자
2021.03.11 06:54:29

감신대·경동대·추계예대·칼빈대 등 8곳만 등록금 인상
대학·전문대학 327곳 중 319곳 올해 등록금 동결·인하
올해도 비대면 강의 개강…학생들 ‘등록금 반환’ 요구
13년째 등록금 못 올린 대학들은 “재정난 심화” 울상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전국의 대학·전문대학 중 97.5%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상한 곳은 8곳뿐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청년하다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반환 운동본부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대학생 등록금 반환 요구’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0일 대학정보 공시 홈페이지인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전체 327개 중 등록금을 올린 곳은 8개교다.

4년제 대학은 194개 대학 중 감리교신학대·경동대·추계예술대·칼빈대를 제외한 190곳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했다. 특히 한밭대·경주대·인천가톨릭대·청주대·한서대 등 5곳은 올해 등록금을 소폭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대학도 전체 133개교 중 고구려대·동아보건대·목포과학대·숭의여대 등 4곳만 인상하고 나머지 129개교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했다. 부산경상대·부산과기대·군장대·동아방송예술대·혜전대 등 5곳은 등록금을 내렸다. 송영달 경주대 기획처장은 “학사개편에 따라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평균 등록금이 올랐다”며 “학생부담 완화 차원에서 등록금을 소폭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말 올해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1.2%로 공고했다. 대학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배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교육부는 2018년(1.5%)·2019년(0.4%)·2020년(0.5%)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물가상승률(0.8%)의 1.5배인 1.2%를 제시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차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약 98%에 달하는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극소수에 그쳤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들도 교육부가 제시한 상한선(1.2%)까지만 올릴 수 있다. 올해 평균 등록금을 1.2% 올리기로 한 추계예술대 관계자는 “10년 전인 2012년 등록금을 한꺼번에 10%나 인하한 뒤 재정여건이 여의치 않았다”며 “최근 입학정원 160명을 감축하면서 등록금 수입 감소가 예상돼 교육의 질 유지 차원에서 등록금 1.2%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술대학이라 재정수입 감소는 실습위주의 학생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부득이 등록금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13년째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대학들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정부가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12년간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0.76%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올해도 비대면 강의를 병행할 수밖에 없어 대학들의 우려는 크다. 비대면 강의가 장기화할 경우 수업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작년처럼 등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1학기부터 대학가에 원격강의가 확산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결국 교육부가 3차 추경을 통해 1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면서 대학별로 일부 반환이 이뤄졌다.

실제로 전국 31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실험·실습 수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는 명확하지만 대학들은 재정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학 간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홍규 사무총장은 “대학의 재정난은 결국 교육·연구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대학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기부금 세액공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