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대행 '사기' 극성인데...경찰 수사는 '제자리'

by정지윤 기자
2020.11.17 00:10:54

허위·과장 광고로 유인 후 수수료 ‘먹튀’
“언론 기사 믿었는데”...피해 금액 수억원까지
법률 전문가 “피해자의 적극적인 고소 필요해”

“200만원 입금 확인했습니다. 환불 접수 되셨고요. 내일 중으로 담당자가 연락 할 거예요.”

한 환불대행업체 상담사는 피해자 A씨에게 이 같은 한 마디를 남긴 후 연락이 두절됐다.

피해자 A씨가 제공한 환불대행업체 상담사와의 대화 내용(사진=독자 제공)

모바일 게임 이용이 늘면서 게임에서 결제한 금액을 대신 환불해주는 ‘환불대행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환불대행 수수료만 받은 뒤 잠적하는 사기행각이 늘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법조계에서는 환불대행사기가 신종 사기인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고소가 수사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허위·과장 광고로 유인 후 수수료 먹튀

사기행각을 벌인 일부 환불대행업체는 대부분 비슷한 사기 수법을 쓴다. ‘어떤 게임이든 환불이 가능하다’는 식의 광고로 고객을 유인해 선불 수수료를 받아 챙긴 후 잠적하는 것.

피해사례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 피해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따르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일부 환불대행업체는 홈페이지, 네이버 블로그 등 온라인 사이트에 홍보성 게시물을 남기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에 ‘구글 환불 방법’을 검색하면 “환불 절차가 복잡하니 대행업체를 이용해보라”, “정식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고 미국 본사를 통해 직접 환불을 진행하니 안심해도 된다”는 등의 블로그 게시글로 도배된다.

특정업체의 경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전문가 지식인 서비스(지식IN)의 답변으로 업체 홍보글과 함께 환불 카페 주소, 1대1 상담 메신저 주소를 남겨 유인하기도 한다. 현재 해당 카페와 상담 사이트는 모두 폐쇄된 상태다.

기사를 믿었는데”...피해 금액 수억원까지

피해자들은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환불대행업체 기사에 속았다며 분노했다. 인터넷에 해당 업체 관련 기사가 많아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업체를 홍보하는 기사였던 것.



피해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해당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에 사기 문제도 접수 중인 상황이다.

피해자 조모씨(30?남)는 “인터넷에 홍보 기사가 많아 업체를 신용하고 거래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대부분의 사기 업체들은 환불을 진행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걸린다며 시간을 끌다가 잠적했다"며 호소했다.

피해자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사기 건수만 약 200건.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불대행업체의 사기행각이 난감한 것은 게임사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사의 관계자는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대행업체인지 아닌지는 영상통화 같은 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 파악이 쉽지 않다”며 “대행업체들도 이러한 허점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게임사 입장에서 환불대행업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는 이어 “게임 아이템을 사용한 후 악의적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며 “환불 약관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게임사 측에서 환불을 해주지 않는 것 이외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내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법률 전문가 피해자의 적극적인 고소 필요해

수사 진행에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경찰의 말에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오픈 채팅방에서 피해자 B씨는 “신고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여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사 진행에 답답함을 표했다. 다른 피해자들 역시 “신고하고 한 달 째 기다리는 중인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들 상황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에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고소가 수사를 도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창윤 덕명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당 업체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상습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증거를 모아야한다”며 "이는 한 명의 고소만으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해당 업체를 고소해 이 같은 사기가 상습적이라는 사실을 수사 기관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환불대행은 일종의 ‘신종 사기’다. 전형적인 처벌 선례가 없다면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