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글로벌시대에 새 먹거리 찾자…변신 속도내는 로펌들

by이성기 기자
2019.04.08 06:11:00

로펌 태동 60여년, 매출 100억 이상 로펌만 30여개
ICT융합·AI·빅데이터 등 전문성 강화, 종합 솔루션 제공
만성적자 극복 과제…해외시장 개척 등 영역 확대 활발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난 1958년 국내 로펌의 효시인 김장리(현 양헌) 출범 이후 국내 법률서비스시장은 몸집은 물론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1980년대 국제금융 거래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본격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국내 로펌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인수·합병(M&A), 구조조정 같은 기업의 법률서비스 수요가 급증하자 배 이상으로 덩치를 키웠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는 2만5000명을 넘어섰고 2017년 기준 매출 100억원 이상인 로펌만 30여개다. 실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액 1조원을 넘겼고 태평양은 3026억원(특허법인 포함)을 올렸다. 광장(2894억원), 율촌(2062억원), 세종(1845억원), 화우(1413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과 함께 법률서비스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자문과 송무는 기본이고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크고 작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 상징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문분야를 더욱 세분화하고 종합적인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태평양과 세종은 4차산업혁명 전초기지인 판교테크노밸리에 별도 사무소를 열고 블록체인·핀테크·자율주행·헬스케어 등 관련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서비스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지평의 경우 기존 북한팀을 확대·개편한 북한투자지원센터를 지난해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동 등 현지 사무소 설립도 앞다퉈 이뤄지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법률서비스시장의 만성적인 적자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행이 2006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서비스무역 세분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률서비스분야 수입액은 8억4010만달러(원화 약 9515억원)로 사상 최대였다. 그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외국 로펌에게 지급한 금액은 이보다 많은 14억2540만달러(약 1조6141억원)였다. 국내 로펌들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법률서비스를 위해 외국 로펌들에 지불하고 있는 비용이 여전히 많은 셈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키워 국내로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법률서비스 지원을 늘리고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면서 적자 탈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 법률 관계가 복잡해진 만큼 신산업 관련 법률서비스 제공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시장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등 로펌의 사회적 책임에도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