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공공과제만 20여개"…메인넷 상용화 속도내는 하이콘

by이정훈 기자
2018.09.04 06:19:00

18편. 글로스퍼 <上> 국내 블록체인 메인넷 선도업체
6월 메인넷 출시후 고도화 주력…"어려운 일 이제부터"
공공부문부터 플랫폼 상용화…물류·은행 사업에도 관심
"기술회사로 인프라 만들 것 …서비스회사 변신 안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공개(ICO)의 광풍이 한바탕 지나간 뒤 블록체인 스타트업체들은 이제 블록체인이 구축하는 새로운 생태게를 조성하기 위한 메인넷(Main Network)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뜻하는 메인넷은 해당 암호화폐가 첫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기능에만 충실했던 1세대 블록체인인 비트코인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가능케 한 2세대 이더리움에 이어 3세대로 불리는 암호화폐들이 기존 이더리움 기반에서 벗어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메인넷이 만들어져야 전자지갑을 생성할 수 있고 채굴도 가능해진다. 또 이렇게 공개된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산 앱(Dapps)도 생겨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이더리움 기반(ERC20 토큰)으로 출발했다가 자체 메인넷을 공개한 이오스(EOS)가 가장 주목받고 있고 에이다(ADA)와 이오스트(IOST), 트론(TRX) 등도 이미 메인넷을 공개했거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사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소위 `현대코인`으로 유명세를 얻은 에이치닥(Hdac)과 보스코인, 아이콘 등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5년여의 연구 끝에 하이콘(HYCON) 메인넷을 공개한 글로스퍼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지난해 ICO로 이미 5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한 글로스퍼는 지난 6월 하이콘 메인넷은 출범했고 소스코드를 깃허브에 공개한데 이어 자체 개발팀 검토에 이어 호주에 있는 서드파티 보안업체인 엔터소프트의 외부 검토와 감사까지도 마쳤다. 또 지난 7월말 블록체인 교육 세미나인 `글로스퍼 러닝데이(Learning Day)`를 개최한데 이어 이달에는 블록체인 해커톤 대회인 `인피니티핵(Infinty Hack)`을 준비하며 메인넷 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현재 거래 검증(transaction confirm)에 소요되는 시간이 10분이나 되는 비트코인과 15초 정도인 이더리움과 달리 하이콘은 이 시간을 1000ms(=1초)로 단축시켰고 실제 최종 거래에 걸리는 시간도 초당 7건인 비트코인과 초당 25건인 이더리움에 비해 하이콘은 500~700건으로 속도에서 큰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메인넷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ERC20 토큰으로 갈 것 그랬나 하고 후회할 정도로 어려운 길을 갔다”며 “그러나 개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많은 컴퓨터가 합류해 잘 돌아가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로스퍼는 현재 본사에만 100명에 이르는 직원이 일하고 있고 이 중 절반에 이르는 50여명이 12개국에서 선발된 개발인력이다.

메인넷을 먼저 출시했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이제서야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글로스퍼는 개발된 메인넷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사업 계획을 함께 실행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면 현장 테스트나 베타버전을 곧바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췄고 오픈소스를 통해 현장 니즈를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고객들에게 오픈소스와 함께 프로젝트 경험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하이콘 메인넷 비교




그러나 만족감에 취해있는 것도 잠시, 김 대표는 “진짜 어려운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메인넷을 보다 완벽하게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존 스마트 계약 알고리즘 전체를 스펙터로 바꾸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10~11월중 1.0 버전 업데이트 이후 스펙터(SPECTRE)가 전면에 나서면 트랜잭션 처리량은 30배 정도 늘어나게 된다. 김 대표는 “하이콘은 퍼블릭 블록체인 중 가장 빠르고 안전하고 가장 쉽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렇게 플랫폼을 완벽하게 만든 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상용화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글로스퍼는 이미 이더리움과 하이퍼렛저는 물론이고 메인넷이 만들어진 하이콘 등 3가지 플랫폼으로 공공사업을 다 수행해 봤던 경험을 가지고 있고 현재도 해양수산부의 해운물류 시범서비스를 수주하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프로젝트만 22개 이상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서비스를 하나 둘 내놓고 이를 통해 플랫폼을 상용화 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글로스퍼는 공공부문에서의 블록체인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글로스퍼는 국내 첫 지역화폐인 `노원화폐`를 개발해 실제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노원구에서 봉사활동을 한 자원봉사자는 `노원`을 지급받아 구내 총 200여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등포구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제안평가시스템도 구축했다.

김 대표는 사병들의 안전한 군 복무를 돕거나 공무원 인재를 선발하는데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병영내 사고를 줄이고 채용과정에서의 비리를 없앨 수 있고 소방관이나 경찰 등이 공무 수행 중 다쳤을 때 비대면·원격 치료나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저작권 데이터 관리 등에 블록체인이 사용되면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래에서부터 공공부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약돌을 모으는 쪽을 택하고 있다”며 “우리가 100개 이상의 공공부문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전자정부 4.0` 시대도 조만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플랫폼분야에서 만큼은 `글로벌 톱5`에 진입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메인넷의 경쟁력을 높이다보면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킬러 컨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김 대표는 “물류나 은행쪽 사업에 관심이 많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우리는 결국 기술회사”라며 “여러 공공기관이나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시켜 주는 일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에서부터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인프라를 만드는 일만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프로젝트에 욕심을 내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업 비전은 하이콘 백서에서 천명한 `인피니티 프로젝트(Infinity Project)`에 잘 드러나 있다. 글로스퍼는 하이콘 코인에서 출발해 기업 맞춤형 블록체인 솔루션을 위한 오픈소스 인티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최종적으로 탈중앙화한 암호화폐 거래소 플랫폼을 런칭하는 3단계 프로젝트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