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④공과금 납부, 항공권 예약까지…서비스 무한확장

by박성의 기자
2017.12.18 06:00:00

생활편의점 편 : 카카오뱅크 등 금융사, 편의점에 ''러브콜'' 쇄도
공과금 납부부터 항공권 예약까지…서비스 확대 추세
"다양한 서비스 앞세운 질적 성장 필요해"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전민기(31) 씨. 자취 3년차 전씨는 자칭 ‘편의점 마니아’다. 전씨가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주전부리 때문만은 아니다. 각종 서비스를 24시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매달 각종 공과금을 인근 CU 매장에서 납부한다. 퇴근 때면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인근 GS25 매장의 무인 택배함에서 찾는다. 지난달에는 세븐일레븐에서 수수료없이 돈을 인출해 준다는 소식에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도 신청했다.

편의점이 ‘서비스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각종 ‘먹거리’ 판매에 집중하던 편의점사가 이종업계와 손을 잡고 다양한 서비스를 선뵈면서 소비자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금융사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등은 24시간 문을 열고 전국 수만 개의 지점을 갖춘 편의점을 서비스 확장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가장 보편화된 편의점 서비스 분야는 금융이다. CU는 지난해 6월 신한은행과 손잡고 점포에 ‘디지털 키오스크(무인정보시스템)’를 설치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신한은행 지점에서만 할 수 있었던 체크카드 발급, 계좌 비밀번호 변경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119개 항목에 이르는 공과금도 납부할 수 있다. 수도요금·지방세 등의 고지서를 가져오면 편의점 종업원이 24시간 수납해 준다.

(사진=세븐일레븐)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ATM 기기를 갖춘 편의점과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편의점을 일종의 지점으로 활용하며 빠르게 입지를 다져가는 모습이다. GS25는 케이뱅크와 함께 입출금, 카드 발급은 물론 대출 업무도 가능한 ‘스마트ATM’을 설치했다. 케이뱅크 고객은 GS25의 ATM기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체크카드 없이 기기에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입출금과 계좌이체 거래도 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이달 말까지 전국 GS25매장에 ATM 16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세븐일레븐 ATM에서 건당 최대 1300원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전국 점포 4000여대 ATM기를 활용, 카카오뱅크 입출금 및 이체 서비스 등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점포에서 ‘캐시백 서비스’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고객이 체크카드로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면서 현금 인출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1인가구 위한 서비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을 비울 때가 많은 자취생들을 위해, 이커머스는 편의점을 대체 배송지로 활용하고 있다. CU는 11번가에서 주문한 상품을 CU에서 찾는 ‘11PICK’ 서비스를 내놨다. GS25 역시 G마켓, 옥션, G9를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무인 안심 택배함 ‘스마일박스’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고객이 GS25에서 세탁이 완료되어 전용 박스에 담긴 세탁물을 찾고 있다. (사진=GS25)
편의점에서 세탁도 할 수 있다. GS25는 세탁 전문 업체와 제휴해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면 근처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1월 전문 세탁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고 세탁서비스를 서울 용산구 산천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편의점은 항공권 예약서비스로도 발을 넓혔다. GS25는 에어부산과 손잡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급할 수 있는 신개념 멀티키오스크를 선뵀다. 멀티키오스크는 GS25 점포에 설치되는 무인 서비스 기기로 24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에어부산 국내, 국제선 항공권을 예약, 발권 할 수 있다. 일반 구매시 보다 최대 5%까지 추가 할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현재 GS25파르나스타워점 등에 설치돼 있으며, 이달까지 100개 점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고객이 GS25에서 멀티키오스크복합기를 사용하고 있다.(사진=GS25)
점포 간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편의점들이 수익 개선을 위해 복합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편의점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의 창구로 변모하고 있다”며 ”편의점 산업이 지속적으로 크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