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스닥]②주도株 힘 빠지니 테마株만 `활개`

by김용갑 기자
2016.11.08 06:51:00

코스닥 출범 20주년, 투기장으로 전락했단 우려
정치·지카바이러스·신공항 등 온갖 테마주 활개
주도株가 힘을 못 쓴 영향 커
개인도 실적 개선株나 우량株에 투자해야



[이데일리 김용갑 기자] 출범 스무돌을 맞는 청년 코스닥시장이 여전히 성숙단계에 접어들지 못한채 테마주에 흔들리는 취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화장품, 정보기술(IT)주 등 주도주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테마주만 활개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테마주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내 비중이 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이런 손실은 시장 투자수요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6일 3120원이었던 유니더스(044480) 주가는 올 3월23일 장중 1만5000원까지 뛰었다가 지난 4일 6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유니더스 주가 변동폭이 큰 것은 유니더스가 지카바이러스 테마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콘돔 생산업체인 유니더스는 지카바이러스의 사람간 전염 경로로 모기, 수혈과 함께 성관계가 거론되면서 주목받았다. 한국거래소가 꼽은 품절주, 신공항, 가상현실, 이란, 방산주, 중국, 인공지능 테마주의 주가 변동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가 커지면서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된 정치 테마주가 날뛰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테마주로 분류된 대신정보통신(020180) 주가는 지난달 20일(1735원) 이후 이달 1일까지 열흘만에 2배 가까이 급등했다가 4일 2465원으로 추락했다. 그야말로 주가가 널뛰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회사는 대표가 유 의원이 박사학위를 받은 미 위스콘신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유승민 테마주로 분류됐다. 문재인·김무성 등 다른 정치 테마주 상황도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최근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으로 주도주 부재를 꼽는다. 예전엔 제약·바이오, 화장품, IT 관련주가 양호한 수익률을 내며 코스닥을 주도한 덕분에 투자자금이 주도주에 몰렸다. 하지만 주도주가 힘을 쓰지 못하자 투자자금이 테마주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미약품 사태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 등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주도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논란으로 제약·바이오주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제약·바이오주 거품이 꺼졌다. 실제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의 제약·바이오 회사가 편입된 KRX 헬스케어지수는 한미약품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2875.47에서 지난 4일 2400.45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으로 IT주가 타격을 입은 영향도 컸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 부품업체 파트론(091700)이다. 이 회사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1768억원, 영업이익은 76.9% 감소한 25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 전망은 더 어둡다. 여기에 한·미가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가 커지면서 화장품주 등 중국 관련 소비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관련 소비업종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주도주가 없고 테마주만 기승을 부리는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윤상 교보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향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테마주는 실체가 없는데다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급락으로 끝을 맺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을 투기판으로 보지 말고 우량주나 실적 개선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정기 연구원은 “개인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거나 실적이 개선되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며 “테마주 열풍에 편승해 투자하면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 증권사들이 중소형주 관련 보고서를 더 다양하게 내놓는 등 개인들에게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가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수는 전체 기업의 약 15%인데 그 15%가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라며 “그만큼 중소형주 관련 보고서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형주 관련 보고서가 많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그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