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만들 곳도, 충전할 곳도 없는데…서울시는 "5만대 보급하겠다"

by한정선 기자
2016.07.11 06:30:00

전문가 "2018년까지도 서울시에만 5만대 보급은 힘들어"
"버스 전용차로 운행 허용 등 제대로 된 인센티브 줘야"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서울시의 전기자동차 보급이 지지부진하다. 미세먼지 발생 주범인 경유차 감축 대책이자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이용확대를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시장수요와 기술발전 속도 예측에 실패한 탓에 전기차 보급 규모가 당초 목표에 턱없이 미달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애초에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세웠다며 전기차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와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년 시는 2018년까지 친환경 전기자동차 5만대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을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만 전기승용차 510대, 전기트럭 45대, 전기이륜차 20대 등 575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가 지난해 보급한 친환경 전기자동차는 총 369대. 지난해 목표치의 64%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작년말까지 공급한 전기차는 총 1195대다.

대중교통시설의 보급도 지지부진하다.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CNG하이브리드 버스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20대를 보급했다. 전기차 택시는 현재까지 총 60대를 보급했다.

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용차를 포함해 시 소속 관용차량 중 승용차는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방침이지만 달성 시점 등 세부계획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현재 총 420대에 달하는 관용 승용차 중 전기차는 67대, 전체의 16%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까지 서울에만 5만대를 보급하겠다면 전국에 10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된다는 말인데 지금 전기차 공급 여력을 보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목표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사진=연합뉴스)
전기자 이용이 활성화되고 위해서는 곳곳에 짧은 시간내에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되야 한다. 서울시는 2014년 전기차 보급계획 수립 당시 급속충전기 200대를 설치해 도심에서 5분 거리마다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6월 현재 서울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57대 뿐이다. 배터리를 70~80%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현 상태에서 전기차 공급만 늘어날 경우 배터리 충전을 위해 충전기 앞에서 몇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올해안 환경부에서 급속충전기 7대, 한전에서 50대를 지원하기로 한만큼 목표치인 120대를 설치는 무난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부족, 높은 차량가격 등의 이유로 구매 포기자가 생겨 보급 목표에 미달했다”며 “2017년 초부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현재 140km내외에서 300km 이상으로 개선된 전기차가 지금과 유사한 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기차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충전인프라 구축이나 확실한 인센티브 없이 2018년도까지 5만대를 공급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입을 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은 물론 버스 전용차로 운행 허용 등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보급이 늘어난다”며 “지금처럼 전기차를 이용해도 이득이 없고 불편함만 가중되는 현실에서 보급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급속충전기 보급 현황 및 목표[제공=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