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지 쑥 자란 남학생 '기흉 주의보'

by이순용 기자
2015.03.05 04:15:45

X-Ray 진단 후 내시경 시술 받으면 4~5일 안에 퇴원 가능해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올해 수능시험을 치르는 권현식 군(가명·19· 경기도 오산)은 최근 가슴 부위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가슴 부위 통증은 지난 해부터 심해져 호흡이 불편하거나 기침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통이나 감기를 예상했던 권군은 뜻밖에 ‘기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흉은 굉장히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들었다”는 현식군은 “그렇게까지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시험 스트레스라고만 여겼다”고 설명했다. 현 군은 지난 해까지 170cm에 50kg 중반대를 유지했지만 1년 사이 갑자기 키가 자라 최근에는 185cm에 60kg대로 마른 체형이 됐다.

박재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흔히 많이 웃거나 호들갑스럽게 굴면 주위 사람들에게 ‘허파에 바람이 들었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당시는 우스갯소리로 흘려보낼 수 있지만 실제로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면 정말 큰 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흉은 허파의 가장자리 부분이 파열돼 공기가 흉강으로 새어나간 경우로 특히 한창 나이인 10~20대에 이러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10~20대, 키 크고 마른 사람에게 호발

사람이 제대로 숨을 쉬고 살려면 허파, 즉 폐(肺)가 호흡을 할 때 공기의 유입과 출입이 제대로 이뤄져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원활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폐에 문제가 생겨 폐로부터 새어 나온 공기가 늑막강(흉막강) 내에 축적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기흉’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흉’과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다는 말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흉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흉부외과에서는 가장 많은 질환 중 하나로, 10~20대의 젊은 나이에 잘 생긴다. 특히 키가 크면서 비교적 마른 체형의 남자에서 잘 발생되는 특징이 있는데, 흡연과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사람에게 기흉이 잘 생기는 이유는 폐의 가장 위쪽 부분인 폐첨부에 소기포(기낭)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 소기포(기낭)가 잘 파열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흉통과 호흡곤란이 주 증상

기흉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과 호흡곤란이다.흉통은 대부분 갑자기 시작되고 하루 정도가 지나면 감소되지만, 흉통이 사라지더라도 기흉 자체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흉통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등 쪽으로 담이 걸렸다’고 하거나,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호흡곤란은 이미 앓고 있는 폐질환이 없는 젊은 환자에서는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흉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호흡이 불편할 정도의 청색증(입술 등 피부 및 점막에 암청색을 띠는 증상)을 동반한 호흡곤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소수의 환자에서 갑자기 눕거나 누웠다가 갑자기 앉을 때 가슴에서 ‘출렁’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기흉이 있는 환자를 진단하는데 있어 가장 손쉽고 정확한 방법은 흉부 X-선 검사이다.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흉부 X-선 촬영을 하면 손쉽게 기흉을 진단할 수 있다.

◇전문 의료진 손길 필요

기흉 치료의 원칙은 일단 폐에서 누출된 흉강 내의 공기를 제거하여 폐의 재 팽창을 유도한 후, 폐의 파열부를 제거하여 재발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 및 재발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치료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병합해서 치료를 하게 된다.

치료기간은 미리 예측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일주일 정도 필요하며, 일부 환자에서는 자발성(自發性) 기흉이라도 긴 치료기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보편적으로 2차성 기흉의 치료기간은 자발성 기흉보다 상당히 길고,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 전문 의료진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미한 경우는 산소를 호흡해 증상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하는 산소치료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흉막강 내에 튜브를 삽입해 고여 있는 공기를 제거하는 방법 또한 자주 시행되고 있다. 증상이 심각하거나 재발된 경우에는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재발률이 50%에 달하는 기흉의 질환적 특성상 수술을 통한 치료는 더욱 일반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어 기포를 제거하는 개흉술(開胸術)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내시경 기술이 발달하면서 내시경으로 기포를 제거하는 내시경 시술법이 기흉 치료에 폭넓게 도입돼 있다. 1cm 내외의 작은 구멍을 3개 정도 내면 되는 내시경 시술은 회복이 빠르고 흉터 부담이 덜하며, 입원 기간 또한 4~5일 정도로 짧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김정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특별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은 기흉은 담배를 끊거나 사고나 부상으로 인한 흉부 손상이 있을 때 기흉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예방책”이라며 “최근에는 간단한 시술로도 손쉽게 질환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병원을 찾아 초기대응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정태 양지병원 흉부외과 과장이 내원한 환자에게 기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