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승기] 쿠페형 세단 자웅겨루기...아우디 A7 vs 벤츠 CLS

by조영훈 기자
2015.02.21 05:11:52

[조영훈 이데일리 산업부장 겸 부국장] 벤츠가 자동차의 표준을 만들었다고 하면 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럭셔리카의 상징은 여전히 메르세데스 벤츠다.

2인승 마차에서 유래한 쿠페는 본디 2도어의 차량을 지칭한다. 탑기어코리아를 진행하는 김진표는 2인승이 아닌 차량에 쿠페라는 명칭을 써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할 정도다. 그가 이같은 소신을 밝힌 것도 사실은 2000년대 들어 벤츠가 ‘4도어 쿠페’를 내놓고 다른 메이커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블루오션을 형성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 럭셔리카 3사인 벤츠와 BMW, 아우디는 모두 4~5인승 쿠페형 세단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벤츠는 CLS클래스로 이 시장을 개척했고, BMW와 아우디는 각각 6시리즈 그란쿠페와 A7 라인으로 벤츠와 삼각구도를 형성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CLS 400’ (사진=조영훈 기자, 라이카M/보이그랜더 울트론 21mm f1.8)


시장 개척자 벤츠는 2003년 이미 CLS를 선보였다. 4인승 쿠페의 개척자인 셈이다. 그 당시 드로잉을 보면 지금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다시 태어난 2015년형 페이스리프트 CLS400은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미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벤츠가 독주하던 이 시장에 맞불을 놓은 것은 아우디였다. 폭스바겐 출신 볼프강 에거는 2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의 선두주자로 나서 A7 쿠페형 드로잉을 완성했고, A7과 A5스포트백이라는 두 가지 쿠페형 세단에 이른다. A7은 2010년에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벤츠가 전체적인 라인의 완성도를 높여왔다면, 아우디는 파격적인 라인을 바탕으로 볼륨있는 전면과 날렵한 후면 디자인을 채택한 디자인으로 맞불을 놓았다. BMW는 독일 3사 가운데 가장 늦은 2012년 6시리즈 그란쿠페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펀 드라이빙’을 극대화한 모델이 640모델이다.

아우디 A7 45TDI와 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CLS 400’ (사진=조영훈 기자, SONY A7R 24mm(Zeiss))




시승에 나선 벤츠 CLS400 2015년형 모델은 3000cc 6기통 자연흡기 가솔린엔진으로 5250rpm에서 333마력의 힘을 내도록 설계됐다. 엄청한 파워에도 불구하고 시승해 본 CLS400은 초기 부드러운 가속력을 중심으로 세팅돼 있는 반면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눈 깜짝할 사이에 150km, 200km를 넘어선다. 벤츠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세팅이다. 초반부터 333마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스포츠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은 고속주행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알루미늄 트위터로 정교함을 더한 뱅엔올룹슨 오디오로 왈츠를 들으면서 주행을 하면 마치 차가 춤을 추는 듯 경쾌하게 주행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함께 비교시승한 아우디 a7 45TDI는 245마력이지만 토크가 51kg.m에 달해 스포츠 모드에서 체감 가속력은 더 크게 느껴진다. 지난해말 선보인 55TDI 바이터보라면 66kg.m에 달하는 순간 토크와 313마력의 가속력을 함께 해 벤츠 CLS에 육박하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교시승에 나선 모델은 2014년형 45TDI. 제원상 CLS의 앞선 퍼포먼스를 따라잡기 어렵다. 특히 가솔린 차량인 CLS400은 특유의 고요함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다만 아우디의 디젤엔진은 대기중에도 극도로 절제된 정숙함을 보여주고 있고, 주행시에는 가솔린 엔진과 소음면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는 게 장점이다.

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CLS 400’과 아우디 A7 45TDI의 전면 (사진=조영훈 기자, SONY A7R / 24mm(Zeiss))


디자인은 가장 주관적인 부분이다. 소비자에 따라 극과 극의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2015년형 CLS의 사이드 라인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운전석과 뒷좌석 글래스가 너무 작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뒷좌석 루프부터 테일까지 떨어지는 라인의 완성도가 높다. 측면에서 바라본 CLS의 디자인을 바라보면서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아우디는 개인적으로 사이드라인에서의 어정쩡함에서 1% 부족한 느낌이다. 뒷좌석 천정부터 테일까지 급경사로 느껴지는 커브라인 때문이다. 실제로 디자인의 유사성이 높은 현대차 제네시스의 후면 라인이 더 자연스럽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은 아우디가 더 쿠페에 맞는 근육질 외모를 갖췄다. 아우디의 가로형 그릴과 맞물려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앞모습은 웅장하다. 뒷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앞면에 비해 오히려 날렵하다. 더 작은 차로 느껴질 정도. 벤츠가 패밀리 룩을 닮아 앞면 디자인에서 파격적인 분위기가 반감되는 것과 비교된다.

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CLS 400’과 아우디 A7 45TDI의 후면 (사진=조영훈 기자, SONY A7R / 24mm(Zeiss))


벤츠 CLS는 4인승이다. 뒷좌석 가운데 암레스트를 만들고 좌석을 아예 없앴다. 벤츠 CLS는 성격상 완벽한 세컨드카인 셈이다. 이에 반해 아우디는 5인승이다. 뒷좌석에 3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안전벨트는 2개만 있어 4인승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A7 구매층은 세컨트카가 아니라 메인카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는 것.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우디 쿠페의 소비층은 젊은층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반면 벤츠 쿠페의 소비층은 여성 및 중장년층이 더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 딜러들이 전하는 얘기지만 수입사들은 빅데이터로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BMW 6시리즈 역시 4인승이다.

아우디 A7은 모든 라인에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기본 장착했다. 내비게이션의 완성도가 떨어지다보니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스마트폰 티맵이나 김기사와 함께 사용한다면 유용하고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특히 ACC(지능형크루즈콘트롤)와 맞물린 앞차와의 정보가 HUD를 통해 표시돼 편의성과 안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봐도 좋다.

아우디가 콰트로라는 점도 매력이다. 일찌감치 상시 사륜구동을 표방한 아우디는 특히 겨울철에 진가를 발휘한다. 콰트로에 윈터타이어를 장착하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환경에서는 ‘차를 믿고 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CLS는 후륜구동 모델이며 아직까지는 HUD가 장착되지 않았다.

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CLS 400’과 아우디 A7 45TDI (사진=조영훈 기자, SONY A7R / 24mm(Zeiss))


벤츠 CLS를 운전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코너링시 운전자의 상반신을 잡아주는 다이나믹 시트가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핸들의 정반대 방향 옆구리를 잡아주는 시트 기능은 원형 주차장을 여러 층 타고 내려갈 때 진가를 발휘한다. 운전자의 몸 쏠림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시승이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이 기능이 생각났을 정도다. 시트에 안마기능이 장착된 점도 좋았다. 물론 아우디도 프리스티지 라인에는 안마시트가 적용되지만 벤츠의 다이나믹 시트와 같은 기능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CLS 400’ (사진=조영훈 기자, SONY A7R / 24mm(Zeiss))




벤츠가 가장 먼저 쿠페형 세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은 덕분에 첨단 기능이 가장 많이 탑재된 것도 사실이다. 현존하는 가장 진화한 형태의 LED 라이트가 단적인 사례다. 해외에 공개된 신형 A7 역시 라이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주행능력에 대한 극찬에도 불구하고 2014년형 6시리즈는 바이제논 라이트를 채택해 한 세대 뒤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말 새로 나오는 6시리즈는 첨단 기능들을 모두 장착하고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쿠페형 세단의 진검승부는 올 하반기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올해 자동차 시장을 보는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