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페라로 한·일 평화를 노래합니다"
by이윤정 기자
2014.08.11 07:36:43
국내 유일 부부 K팝페라 그룹 '듀오아임'
매달 마지막 일요일 '인문학 K팝페라 갈라콘서트' 열어
"의미있는 창작곡들로 우리 역사의 가치 전하고파"
일본계 한국인 구미꼬 김 "평화의 가교 역할 하길"
| 테너 주세페 김(왼쪽)과 구미꼬 김은 국내 유일의 부부 K팝페라 그룹 듀오아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세페 김은 “예술적인 것들은 가장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인다”며 “게다가 인문학적인 내용이면 더욱 좋지 않겠나”라며 웃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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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남대문로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노래로 소개됐다.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보다 더 큰 영광 없을지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생을 마감하라.” 국내 최초의 부부 K팝페라 그룹 듀오아임의 공연 현장. 일본계 한국인 구미꼬 김의 열창이 끝나자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꼬박 16년간 함께해 온 팝페라그룹 듀오아임이 ‘K문화독립운동’ 전도사로 나섰다. ‘듀오아임’은 두 명이라는 뜻의 ‘듀오’(Duo)와 ‘음악 속 사랑’(Amore in Musica)이라는 뜻의 약어를 합친 것으로 테너 주세페 김(48·김동규)과 소프라노 구미꼬 김(45·김구미)이 결성한 팀이다. 그간 인문학을 음악에 접목해 노래해왔던 이들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무료 상설공연 ‘인문학 K팝페라 갈라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적 가치를 우리 스스로 지켜보자는 창의적인 문화프로젝트로 지난 6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윤동주)’, 7월 ‘돈키호테의 꿈(세르반테스)’을 공연했고 이달 31일엔 ‘귀천(천상병)’ 무대가 예정돼 있다. “외국어 일색의 팝페라 음악에 회의를 느껴 ‘K팝페라’에 도전했다”는 듀오아임을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 본사에서 만났다.
▲주세페 김(이하 주):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기념관이 들어서면서 남산에 있는 안중근기념관의 존재감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독립열사를 보기 위해 중국으로 관광을 간다는 사실이 역설적이지 않나. 관람객을 대상으로 상설 문화공연을 만들어서 안중근기념관과 친해지도록 해보자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
▲주: 구태의연한 공연보다는 의미있는 곡들을 주로 선정한다. 보통 상설공연이라고 하면 매번 같은 레퍼토리로 진행된다는 생각에 한번 공연을 보면 다음에는 안온다. 그래서 힘들지만 매달 창작곡 한두 편을 섞어서 공연을 하기로 한거다. 한 꼭지씩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춰 매번 다른 공연을 선보인다.
▲구미꼬 김(이하 구): 청소년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다보니 어렵지 않은 곡들을 선곡한다. 강의만 주구장창 하는 것보다 노래를 섞어서 들려주니까 지루해하지 않는 것 같다.
▲주: 사실 작곡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하지만 신기가 내렸는지 매달 한두 곡은 만들어지더라. 하하.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된 특이한 경력이 도움이 된다. 인문학적인 요소를 음악에 어떻게 접목시킬지가 늘 고민이다. 시작은 포크송이었는데 국악, 동요, 뮤지컬, 헤비메탈 등 모든 장르를 버무려서 곡을 만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인데 힘들지만 뿌듯하기도 하다.
▲구: 한번 작업에 몰두하면 몇시간이고 작업실에서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식사시간에 남편은 항상 ‘찬밥’을 처리하는 신세다. 하하.
▲구: 7살때까지만 일본에서 살고 초·중·고·대학은 모두 한국에서 나왔다. 하지만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떳떳하지 못한 게 있더라. 줄곧 한국이름인 김구미를 사용하다가 지난해부터 구미꼬 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일본인의 피가 섞인 내가 독립과 관련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떤 면에선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인을 대표해서 사죄의 뜻을 전하고픈 마음도 있다. 두 문화 사이에서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 우리 역사를 통해 나타난 훌륭한 일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전파되기를 바란다. 가치관이 혼미해진 시대에 가장 순수한 예술을 접하며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면 좋겠다. ‘문화를 통한 정신 계몽’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구: 좋은 의도로 공연을 시작하다보니 피아노 기증자도 생기고 자원봉사자도 나타났다. 어른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도 우리 무대를 보고 우는 모습을 봤다. 음악과 문학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도 항상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