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맞나?" 호텔가 3300만원짜리 설선물 눈길

by김미경 기자
2013.01.16 08:11:19

“품격·예의 갖춰 전달합니다”
맞춤형 서비스·가격 대비 만족도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3300만원짜리 위스키에 호텔 임직원이 직접 전달하는 VIP 배송서비스, 전문가가 엄선한 150만원의 특등급 명품한우 세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앞다퉈 고가의 명품선물 세트를 내놓는 등 설 대목잡기에 돌입했다. 계속된 경기 불황을 고려해 대형마트·백화점 유통업계가 ‘실속’과 ‘저렴’을 내세운 선물세트를 잇따라 선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이 최근 선보인 3300만원짜리 ‘글렌피딕 50년 세컨드 에디션 설 선물세트’.
16일 호텔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설 선물세트로 3300만원짜리 ‘글렌피딕 50년 세컨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는 업계가 내놓은 단일 선물세트로는 최고가다.

이 상품은 전 세계적으로 50병만 한정 생산된 것으로 국내에는 3병만 들어와 그중 한 병을 인터컨티넨탈에서 내놨다.

고가 와인 세트도 판다. 샤또 라피트 로칠트(1989), 샤또마고(1986), 샤또 라뚜르(2003) 등 프랑스 보르도 메독 1등급 와인 세트를 1400만원에 판매한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1년에 1세트씩 컬트 와인 세트를 선보인 결과 가격 대비 희귀성 덕분에 모두 판매됐다”라며 “올해 역시 전문가들이 엄선한 상품인 만큼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직원들이 직접 예약 주문된 선물을 배달하는 VIP 배송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작년 설엔 6000만원짜리 선물을 구성한 롯데호텔도 3200만원 짜리 ‘루이 13세 제로보암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봬 명품 이미지를 높였다. 우리나라에는 단 2병만 수입됐으며 롯데호텔이 그 중 1병을 판매 중이다.

서울팔래스호텔은 고급 선물세트 ‘코냑 루이 13세’를 선보인다. ‘술의 황제’라 불리는 최고급 술인 이 상품은 약 50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며 구입시 한우 찜갈비 세트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불황에도 호텔 선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데다 호텔의 특성상 개인적 취향에 맞는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의 경우 소믈리에나 사케 전문가가 선물받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 제품을 추천하는 등 햄퍼(바구니)세트 제작도 가능해 ‘맞춤형 선물’로 인기가 높다.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은 육류세트로 한우의 경우 1++등급에 마블링등급이 높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며 “백화점 등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비쌀 것 같다는 편견과 다르게 등급을 따져본다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호화 선물을 판매하는 특급호텔의 행태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일부 호텔들은 명절 선물과 관련해 외부 노출을 삼가는 분위기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들어 VVIP에게만 제공되는 선물세트 팜플렛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됐다”면서도 “불황을 감안해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대로 상품을 구성하는 등 상품 종류도 두 배 가까이 늘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특선 유러피안 햄퍼 세트’, 롯데호텔 서울이 설을 맞아 판매 중인 3200만원짜리 ‘루이 13세 제로보암’, 서울 팔래스 호텔의 명품 한우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