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100일 활력찾는 日경제..`V자` 성장세 예상
by임일곤 기자
2011.06.19 10:38:05
대지진 100일, 공급망·산업설비 빠른 회복
긍정적 경제전망 힘얻어..BOJ 경기판단 상향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9일로 100일을 맞는다.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에 버금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할퀴고 지나가면서 일본 경제는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경제계가 피해 복구 작업에 발 벗고 나서는 등 회복 노력에 힘입어 빠른 재생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지진을 계기로 `V자형` 경제 성장을 달성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조심스럽게 힘을 얻고 있다.
지진 발생 직후만 해도 일본 경제는 과거 한신 대지진처럼 `V자형`으로 회복할 순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16년 전 한신 대지진 당시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나라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달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 대지진은 이전과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다. 경기 부양책이 활력을 주기보다 재정 상황만 악화시키고 국가 신용등급 추가 하락을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다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주요 발전소들이 손상되면서 막대한 전력난이 발생, 주민 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어 회복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였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훼손됐던 부품 공급망이 빠르게 복구되고 생산설비도 정상화되면서 성장 속도가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오히려 올해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이데일리가 지난 14일 개최한 제2회 `세계전략포럼`에서 라지브 비스워스 IHS 글로벌 인사이트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4분기 부터 성장해 내년에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4% 정도 경제성장이 예상,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가 애널리스트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본 경제에 대해 하반기 회복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마이너스(-) 0.7%로 예상됐지만, 3분기에는 1%로 반등할 것으로 점쳤다.
| ▲ 일본 산업의 근간인 자동차 제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사진출처: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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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대지진으로 10개 공장이 멈췄던 소니는 지난 5월 말부터 미야기현 생산 설비가 일부 재개됐고, 도요타와 닛산 등은 예상보다 이른 생산 정상화를 보이면서 수백개 협력 업체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확실히 최근 산업생산 지표를 살펴보면 일본 경제가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광공업생산지수는 전월대비 1.0% 상승한 83.5를 기록했는데, 지진 여파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지난 3월 지표(82.9)에 비해 한 달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3월에는 대지진 여파로 공장이 멈추거나 감산에 들어가면서 2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제조업체들도 향후 생산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 경제산업성이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8.0% 중가, 6월에는 7.7%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진으로 타격을 받았던 생산설비가 복구되면서 가계와 기업 심리에서 개선 조짐이 나오기 때문이다. BOJ가 경기 판단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지난 3월 발생한 대지진 이후 3개월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