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포털10년사)외국계 잡코리아가 남긴 숙제

by김유성 기자
2010.12.10 07:56:10

외국계 자본의 국내최대 이력서DB업체 소유 부작용 우려
향후 채용 서비스 화두는 기업과 구직자가 만족하는 매칭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한국의 채용 문화는 97년 말에 있었던 IMF 구제금융 이후 큰 변화를 겪는다. 인크루트, 스카우트, 잡코리아 등과 같은 인터넷 채용 사이트가 등장, 우리나라의 채용문화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은 잡코리아의 성공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운영으로 독주 체제를 확고히 한 기간이었다. 잡코리아는 2005년 미국의 채용포털인 몬스터닷컴에 1억 달러에 인수됐다. 당시 잡코리아의 최대 주주였던 현 KTB투자증권 권성문 회장과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이사는 수 백억대의 차익을 얻으며 벤처 신화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인크루트, 커리어, 사람인, 스카우트, 리크루트 등의 후발 주자들은 경쟁에 밀려 인수 합병되거나 도태됐다. 지난 10년은 이들에게 있어 위기와 시련 도약의 시기였다.

본지는 2010년 연말을 맞아 채용포털 업계가 걸어온 10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또한 다가올 새로운 10년은 다가올 10년의 채용포털의 서비스 경향을 조망해 보겠다.[편집자주]

현재 잡코리아의 지분은 100% 미국의 채용 포털 몬스터 닷컴 소유로 돼있다.

잡코리아 인수 결정이 발표되던 2005년 10월 25일, 각 언론사는 국내 벤처기업이 설립된지 7년만에 약 1000억원(1억달러)에 팔렸다는 소식으로 보도했다.

당시 잡코리아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권성문 KTB 투자증권 회장은 600억원대,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이사는 100억원대의 차익을 봤다. 이들은 성공한 벤처 기업인으로 조명됐다.

하지만 뒤늦게, 잡코리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용포털로서 갖고 있는 잡코리아의 특수성 때문이다. 잡코리아는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들의 이력서와 채용 정보가 담긴 국내 최대 업체다. 이런 기업을 외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잡코리아를 단순한 벤처 기업이 아닌 국민기업으로 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력서는 개인의 일생 정보가 집약돼 있는 것인데, 그런 개인 DB를 해외 업체의 소유로 돼 있다는 것 자체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외국계 논란과 관련해 잡코리아 본사는 “본사가 미국 몬스터닷컴에 있는 것은 맞다”며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이력서를 해외 본사로 송출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잡코리아 측에 의하면 몬스터 닷컴 소유의 자회사들은 각국이 개별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예기치 못한 보안 사고로 내부 DB가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업계 전망에 대해 김태윤 코리아리크루트 대표이사는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 기업이 원하는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주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동원 커리어 홍보 팀장도 “단순한 정보 검색의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과 구직자의 매칭이 새로운 서비스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람인 등의 몇몇 채용포털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기업이나 구직자를 검색해주는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조건에만 맞춘 단순 매칭에 대해서 김병숙 경기대 교수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인터넷 상에서 얼굴을 보지 않고 상담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기업 문화란 것은 체득할 수 있는 것으로 어느 누군가가 정교하게 뽑을 수는 없다”며 “단순한 매칭이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이 전제된 매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이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민욱 사람인 홍보팀장은 “대부분의 구직 사이트가 기업과 대졸자와 같은 구직자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면서 “잡사이트가 중학생, 고등학생 등 자기 진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병숙 교수도 “잡포털이 단순하게 직업 정보나 구직 정보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시대는 지났다”며 “자신의 미래 커리어, 직업, 은퇴 이후까지 조망해줄 수 있는 인생지도를 보여주는 토털 사이트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