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영수증 범죄 이용될 수도 "귀찮아도 잘 챙기세요"

by조선일보 기자
2009.07.09 09:19:00

[조선일보 제공] 바쁜 일상에서 신용카드 영수증을 모두 챙기기는 쉽지 않다. 흔히들 아무 데나 구겨서 버린다. 특히 소득공제가 온라인상에서 전부 집계되는 요즘, 주머니에 쌓여가는 카드 영수증은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버려진 신용카드 영수증을 이용해 카드 회원 계좌에서 900만원을 빼낸 김모(51)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김씨는 신용카드 영수증에서 카드 정보를 알아낸 뒤, 있지도 않은 부동산 컨설팅비 명목으로 카드 회원에게 30만원씩을 청구하는 수법을 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중순 유령 부동산컨설팅 회사를 차린 뒤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이어 지난 5월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수퍼마켓 휴지통을 뒤져 신용카드 영수증을 24장 찾아냈다. 그리고 카드 영수증에서 알아낸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단말기에 입력, 부동산 컨설팅비 명목으로 카드사에 30만원을 청구했다. 카드 회원이 모르는 사이에 30만원씩 결제된 것이다. 김씨는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900만원을 챙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단말기는 반드시 현장에서 긁지 않아도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하면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마그네틱 손상 등 비상시에 대비하도록 이렇게 설계해 두었다. 원래 카드 영수증에는 온·오프라인 결제를 위한 핵심 정보의 하나인 '유효기간'이 표기되지 않는다. 또 카드 번호도 중간에 4~5자리를 제외한 일부 번호만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달랐다. 초기에 도입된 신용카드 단말기 기종 중에는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이 표기되는 기계가 일부 있다. 김씨는 이 점을 노리고 인근에 오래된 식당의 쓰레기통을 집중적으로 뒤져서 핵심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신용카드 영수증을 입수한 것이다.

이번에 김씨가 검거된 것은, 영수증을 도용당한 한 카드 회원이 청구서를 들여다보다가 부동산 컨설팅비가 잘못 결제된 것을 발견하고 수상히 여겨 신고한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카드사들은 피해 보상 시 신용카드 회원의 '주의 의무'를 강조하며, 일부만 보상해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미처 예상치 못한 수법으로 범죄에 쓰였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회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주머니 속 신용카드 영수증은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아야 한다. 또 월 사용액을 사후에 꼼꼼히 체크하면 범죄도 방지하고, 소비도 절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