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폐암 치료제’ 임상 속속 순항…마일스톤 규모는
by김진수 기자
2024.06.20 14:00:17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보로노이는 현재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로노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뇌전이 측면에서 경쟁약물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료 확보 및 기술수출 측면에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보로노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약 2년 동안 주요 파이프라인인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 ‘VRN07’과 ‘VRN11’ 연구개발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다.
보로노이는 올해 1분기 기준 약 770억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보로노이의 연간 판매 및 관리 비용이 300억원 가량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 2년 정도는 별도의 자금 조달이 필요치 않은 셈이다.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파이프라인인 VRN07과 VRN11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VRN07과 VRN11은 모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타깃하는 변이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의약품으로 봐야한다”며 “둘 모두 기존 치료제 대비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추가 기술료 확보와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VRN07(ORIC-114)은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엑손(Exon)20 삽입 변이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물질이다. 2020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된 물질로 현재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다. 임상 1b상은 내년 3월 자료 수집을 끝낼 예정이다. 오릭은 현재 진행 중인 데이터를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데이터에 따르면, VRN07은 기존 치료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 폐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 2명에서 완전 관해 사례가 확인됐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3등급(Grade3) 이상 심각한 약물 관련 부작용이 32명 중 6명(19%)으로 기존 약물 부작용 30~40%보다 크게 낮아 개발이 순항하고 있다.
| 보로노이가 ESMO 2023에서 공개한 VRN07 임상 데이터. (사진=보로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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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노이가 체결한 기술수출 총 금액은 6억2100만달러(약 8600억원)다. 아직까지 계약금(업프론트) 1300만달러만 수령한 상태다. 오릭의 연구개발이 순항해 임상 3상까지 마치는 경우 계약에 따라 보로노이는 1억5800만달러(약 2200억원)를 추가로 확보한다. 이어 품목허가 등 판매를 위한 준비 완료 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면 4억5000만달러(약 6220억원)를 더 수령할 수 있다.
개발 및 판매 마일스톤과 별개로 판매 금액에 따라 지급받는 ‘판매 로열티’도 있다. 이벨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 기준, 오릭의 2030년 매출은 3억5000만달러(약 4830억원)로 추정되는데 이 중 60%인 2억1000만달러(2900억원)가 ORIC114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 로열티 비율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로 가정했을 때 매년 150억원 가량의 자금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4세대 EGFR 저해제 VRN1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도 곧 공개된다. VRN11은 국내와 대만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10㎎, 20㎎, 40㎎, 80㎎, 120㎎, 180㎎ 등 용량 별로 최소 3명의 환자에게 투약하는 용량 증량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20㎎ 투약이 진행 중으로, 보로노이에 따르면 올해 10월 임상 중간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보로노이는 임상 완료 후 기술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VRN11은 EGFR의 다양한 변이 중 C797S, Del19, L858R 변이를 주 타깃으로 한다.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내성 문제가 C797S 변이 발생이다.
특히, C797S 변이 등 내성이 생겼을 경우 아직까지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 따라서 VRN11의 유효성이 확인되는 경우 2차 치료제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타그리소 복용에 따른 내성인 C797S 돌연변이 치료제 시장은 2025년 4조~ 5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 VRN11은 다양한 변이 중 C797S에 대한 선택성이 뛰어나 부작용 위험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두 파이프라인 모두 비소세포폐암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뇌전이 치료 측면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 뇌 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투과도가 기존 치료제 대비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 임상 현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 ‘뇌전이’가 꼽힌다. 실제로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환자 약 30%에서 최대 50%가 뇌전이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약물이 BBB를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느냐는 치료제 선택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사망 사례를 살펴보면 뇌전이로 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라며 “현재 시판 중인 약물들도 뇌전이에 대한 효과를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커질수록 BBB를 통과하기 어렵지만, 보로노이는 자체 구축한 알고리즘을 통해 분자량 600 이상의 화합물 중에도 뇌투과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구조만 선별해 합성에 나섰다. 또 내부 합성 물질의 뇌투과율 실측 결과를 지속적으로 AI 알고리즘에 업데이트 하면서, AI의 화합물 뇌투과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실제로 동물실험 등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VRN07의 경우 BBB 투과도가 77%, VRN11은 100%로 확인됐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들은 동물실험에서 BBB 투과율이 10~30% 수준에 그쳤다.
특히, VRN11의 BBB 투과율 100%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현재는 개발이 중단됐지만 미국 블루프린트 메디슨스가 개발 중이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BLU-701가 BBB투과율 56%를 보인 뒤 중국 자이랩(Zai Lab)에 약 73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된 바 있기 때문이다. VRN11에 큰 부작용이 없다면 7000억원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VRN11 관련해서는 임상 1상까지는 마친 뒤 가치를 최대한 높인 뒤 기술수출한다는 전략”이라며 “데이터 확보 이후에 본격적인 기술수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