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출산율 하락 어떻게 막을 것인가…남성 역할 더 중요"[ESF 2023]
by임유경 기자
2023.06.23 08:02:13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2일차 기조연설
폴 몰런드 영국 몰런드 전략서비스 대표
"韓 출산율 쉽게 높이기 어려워…문화적 해법 찾아야"
"이민은 경제 역동성 높이지만 '임시 대책'에 불과"
[이데일리 임유경 이윤화 최정훈 박순엽] “더이상의 출산율 하락을 막으려면 남성들이 나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이 와야, 정부 정책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폴 몰런드 박사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2일차 기조연설자로 올라 “한국은 쉽게 출산율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름의 문화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영국 몰런드 전략서비스 대표 겸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연구원인 몰런드 박사는 세계적인 인구통계학 권위자다. 지난 2019년 책 ‘인구의 힘’(The Human Tide)을 펴내 지난 200년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탐구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폴 몰런드 영국 몰런드 전략서비스 대표가 22일 서울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인구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중요했다’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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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런드 박사는 “여성의 소득 및 교육 수준 증가, 피임법의 보편화, 도시화 가속화가 필연적인 인구학적 변화를 불러온다”고 봤다. 역사적으로 보면,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함께 경제 성장이 피크에 이른 뒤,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출산율 감소 문제를 겪은 나라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도 인구 감소가 급격히 나타나고 있는데, 인구 중심의 역사를 돌아보고 인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런드 박사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이스라엘을 들며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스라엘은 출산율 2.3명(2020년 기준)을 기록하면서 선진국들 사이에서 경제적 역동성도 유지하고 있다. 몰런드 박사는 “높은 소득과 교육 수준을 보이면서도 출산율도 높은 이스라엘이 될지,(출산율이 낮은) 한국이 될지는 국가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며 “한국도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남성도 육아에 참여해 여성이 일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정부 정책과 더불어 여러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문화에 영향 줄 수 있지만, 다양한 사례를 보면 유명인(셀럽)이나 왕가가 자녀를 많이 낳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몰런드 박사는 인구 감소는 국력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짚으며 경각심을 높였다. 한국보다 먼저 인구감소 문제를 겪은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전쟁 이후 ‘기적’이라 불릴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 것도 인구가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본의 경제 성장 신화는 사실 역동적인 인구 증가인 ‘베이비 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고령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몰런드 박사는 “일본은 OECD 국가 중 정부 부채 가장 높다”며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출산율이 만성적으로 낮은 국가에서 경제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들었다. 몰런드 박사는 “낮은 출산율이 만성적인 나라에는 이민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70년대 들어서부터 지속적으로 인구 대체출산율(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을 밑돌았는데, 이민자 받아들이면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중국보다도 중위연령(총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이 낮아졌다”고 했다.
다만 이민이 완벽한 해법은 아니라고 몰런드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이민 중심의 인구학적 변화는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등 사회적 갈등을 이해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민은 임시 대책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통 이민자의 출산율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출산율이 떨어지고 이민자의 고령화도 시작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