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만으로 투자 가능한 세상"…200兆 시대 닻 올린다
by이은정 기자
2023.06.15 07:00:00
[ETF 100조 시대]도입 20여 년 만 97조원 육박
팬데믹 거치며 개인투자자 유입…50조원 급증
"200조 주요 동력 연금, 다양한 해외 투자 상품도"
ETF 성장 여력 커…금융역량 강화 속 성장 가속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2002년 국내에 첫 상륙한 상장지수펀드(ETF)가 20여 년 만에 100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ETF는 200조 시대를 향하며 더 세분화된 전략과 다양한 자산으로 투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무궁무진한 ETF 씨앗들이 자산배분 열매로 재탄생해 연금 시장과 동반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5월 말 96조7545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 첫 도입된 이후 21년 만이다. 순자산총액은 2019년 말 이후 3년 반 만에 50조원 가까이 급증했고, ETF 종목 수는 719개로 늘어났다.
ETF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불어난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성장을 가속화했다. 거래 편의성, 저비용, 투명성, 환금성 등 매력에 공모펀드 위축 속 ‘합리적인 투자 수단’으로 부상했다. 투자 수요 맞는 제도적 지원도 한몫했다. 금리가 크게 올랐던 지난해 금융당국의 허용으로 만기채권형 ETF가 상장된 게 대표적 사례다. 예금만 하던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ETF 성장을 가속화했다.
ETF 200조원 시대 먹거리로 운용업계는 연금시장을 기대했다. 국내에 ETF를 최초 도입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운용사는 ETF만으로 투자가 가능한 시대에서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퇴직연금 성장 과정에서 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은퇴세대가 확장되면서 연금자산 내 매달 현금 흐름과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균형 있게 맞춰갈 수 있는 월배당 ETF 등이 ‘국민 연금투자’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양화된 해외 투자 주식형·채권형 ETF △잘 짜인 테마형 ETF △기관 투자자들의 ETF 투자 확대도 ETF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세분화된 투자 입맛에 맞는 자산배분 상품을 기반으로 △은퇴세대를 위한 ETF 솔루션 비즈니스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가 급성장했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전체 시가총액 대비 ETF 비중과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투자 상품, 여러 자산군을 담거나 금리 환경을 감안한 파킹형 등 새로운 유형의 합성, 파생형 상품들이 시장의 수요에 따라 등장하고 있다”며 “운용사와 유동성 공급자인 증권사의 금융 역량이 강화되면서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게 됐고, 액티브 ETF로 시선을 두는 장외의 공모펀드 운용사가 늘어나는 점도 주목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