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폴더블폰 부품이 여기에서" '베트남 진출 중기' 파인텍 가보니
by최영지 기자
2022.11.09 06:25:00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특별기획>
현지직원들, 방진복 입고 열띤 작업 중.."육안검사 꼼꼼하게"
LCD 사양화에 새 먹거리로 디지타이저 낙점
"삼성·LG와 신뢰관계 이어가"
"베트남이어서 재기 가능했다..기업하기 좋은 환경"
[하남(베트남)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액정표시장치(LCD)의 사양산업화로 우리 주력사업이 위기를 겪으며 삼성전자 등과 LCD 사업으로 맺은 신뢰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뭔가 다른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습니다. 세계 최초 폴더블폰 장비 개발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배터리(이차전지) 장비사업을 키울 것입니다.” (차법용 파인텍 베트남 법인장)
지난 1일(현지 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1시간쯤 달려 도착한 하남성의 화막공단을 들어서니 한국 기업체들의 베트남 법인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파인텍 법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무직 직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에도 생산직 직원들은 공장에서 디스플레이 본딩(Bonding) 장비를 이용한 디지타이저(Digitizer) 생산 작업에 한창이었다. 디지타이저는 파인텍의 현재 주력제품 중 하나로, 삼성전자의 Z폴더 및 갤럭시노트 내장 펜을 구동시키는 데 활용되는 부품이다. 디지타이저는 펜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기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모바일 등에 들어가는 부품이 미세한 먼지에 민감한 만큼 방진복과 방진화, 방진장갑, 마스크로 온몸을 무장하고 에어워시를 한 후에야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 ▲파인텍 직원들이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를 이용해 디지타이즈를 생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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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타이저는 모바일·폴더블폰용 디스플레이 본딩장비를 통한 공정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해당 장비는 디스플레이 패널과 PCB(전자회로기판)를 열로 접합하는 장비로, 고온의 쇠막대를 이용해 전도성 필름(ACF)을 녹여 PCB와 패널을 합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PCB는 모바일·태블릿PC 등 전자부품에 탑재하는 기판으로, 패널을 고정하면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장비에 인쇄회로기판을 올리는 수작업을 시작으로 장비를 통해 전도성 필름을 녹여 패널에 합착시키는 공정이 끝나면 필름이 기판의 올바른 위치에 잘 붙었는지를 확인하는 CCD검사와 기능검사가 이어진다. 부품의 미세화면이 기기를 통해 표출되면 직원들은 이를 확인한 후 기능검사로 이어진다. 이후 마지막 육안 작업을 끝으로 제품 생산작업이 끝난다. 전 공정에서 분주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 공정을 거쳐 모바일용과 폴더블용 제품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각 3분20초에서 9분 남짓이다. 업계에서는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 모바일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필수 부품인 디지타이저의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파인텍은 터치 키(Touch Key), 터치스크린 패널 등 부품을 생산 중이다. 터치 키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IT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은 파인텍이 과거 주력하던 LCD 관련 부품 생산을 접으며 새롭게 재편한 것이다.
차법용 법인장은 “10여년전 베트남에 진출한 배경은 LCD와 OLED 부품 생산에 주력하기 위해서였다”며 “그중에서도 LCD 패널에 광원을 추가해 빛을 내는 장치인 BLU(Back Light Unit) 생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바일 등 디스플레이 산업이 LCD에서 OLED로 넘어가면서 사업 매출이 감소되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며 LCD 사업의 사양산업화에 따라 결국 BLU 사업을 접게 됐다고 밝혔다.
| ▲차법용 파인텍 베트남 법인장. (사진=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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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간 부품사로서 삼성전자 등에 독점적으로 BLU를 공급하고 있었지만 사업을 접으며 베트남 공장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와 연결될 계기가 없어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LCD 사업으로 맺은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또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는 LCD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가 있었음에도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 및 부품 공급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읽힌다. 부품 생산뿐 아니라 파인텍은 업계 최초로 폴더블폰 전용 OLED 본딩장비를 개발해 삼성전자 등 전자기업들에 공급 중이다.
차 법인장은 이어 베트남에 법인이 있었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이 공산당 정권의 사회주의 체제인 만큼 인민, 노동자 위주의 정책이 우선시되지만 코로나 당시 어려운 기업들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2년 동안 동결시켰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나라보다 유연한 기업 정책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베트남 법인에선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베트남 직원 고용을 하고 있고 생산작업뿐 아니라 업무 처리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기회를 부여하는 등 많은 것을 교육하고 있다”며 “회계법인도 베트남 업체를 쓰는 등 현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