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알바 1만4000원·방송제작 8720원…재정일자리 시급 '주먹구구'

by한광범 기자
2021.03.10 06:00:00

전문자격 일자리와 단순알바, 동일한 최저시급 적용
타부처 중복사업도…지자체 일자리사업 위축 가능성
청년 일자리 17개 중 4개만 취업지원 프로그램 연계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회원들이 지난해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급하게 마련해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에 끼워넣은 직접 일자리 사업은 곳곳이 구멍이다. 임금 책정은 주먹구구고, 중복사업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청년고용을 촉진할 연계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1분기까지 90만 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면서 각부처에 일자리 창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 추경안 내 일자리 예산 2조 1000억원 중 직접 일자리 사업은 1조 1028억원(52.5%)다. 추경 일자리 27만 5000개 중 직접일자리는 14만 8000개(53.8%), 나머지는 민간일자리와 창업·고용장려금 지원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13개 정부부처에서 총 41개 사업을 편성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서비스업 등의 부진으로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취업취약계층에게 재정으로 만든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방역조치 강화로 고용시장에 얼어붙은데 따른 임시방편이다.

이번 추경에 포함된 직접일자리 시급은 최소 8720원에서 최대 1만 5000원으로 다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능정보산업인프라조성 사업의 경우 별도 자격이 없음에도 시급을 1만 5000원, 교육부의 특수학교 방역 보조인력엔 1만 4000원을 책정했다.

반면 근로의 난도와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단순 일자리와 마찬가지로 최저시급(8720원)이 책정된 경우가 많았다. 환경분야 자격증 소지자나 관련산업체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환경부의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사업, 방송영상 제작기술이 필요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기존 공공일자리 사업과 마찬가지로 최저시급을 적용했다.



예정처는 “난도·전문성에 비해 시급이 높은 사업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사업 유사·중복도 문제다. 저소득층과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단기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행정안전부의 희망근로 지원사업은 백신접종지원 1만명, 생활방역·그린뉴딜 관련 4만명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올해 본예산과 추경에 포함한 자활근로 사업, 방역지원 관련 사업 일자리와 유사하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추진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이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으로 위축될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정처는 “정부가 전체적 관점에서 직접일자리 사업을 조망하고 지역수요와 지자체 행정여력을 면밀하게 파악함으로서 중복과 투자위축 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강조했다.

추경안에 편성된 청년을 위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17개에 달하지만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연결된 사업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직접일자리 사업참여 이후 민간일자리 사업으로 이행을 지원하는 사후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된 경우는 4개 뿐이다. 청년 직접일자리 사업을 고용서비스 지원사업 및 직업훈련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정부 재정일자리 사업의 파급효과는 크지 않은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직접일자리 사업을) 소프트웨어 등 미래산업 훈련과 연계할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IT 등 첨단분야 시장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