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 트렌드에 갈 곳 잃은 '과일 주스'

by김무연 기자
2020.12.03 05:00:00

롯데칠성, 올 3분기 주스 매출 전년 대비 14.2%↓
주스 소매점 매출액도 지속적 감소세
업계, 과즙 함량 증대 및 맛 다양화로 승부수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가정용 주스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당류 비중이 높은 일반 주스를 소비하는 사람이 크게 준 탓이다. 여기에 과일을 직접 갈아주는 주스 체인점이 늘어나고 커피 시장이 성장하는 등 대체재가 생긴 것도 한몫했다.

롯데칠성 음료부문 3분기 누적 실적(사진=롯데칠성음료 IR자료)
2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주스 부문 누적 매출액은 1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1629억원에 비해 14.2%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8%에서 11.4%로 1.4%포인트(p) 감소했다. 롯데칠성은 ‘델몬트’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제주감귤’ 등 다양한 주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예전에는 비타민 등을 주스로 섭취하려는 수요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성 음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면서 “자사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주스 시장의 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썬키스트’ 브랜드를 전개하는 LG생활건강의 자회사 해태htb도 주스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주스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라며 “기존 RTD(즉석음용제품) 주스보다는 기능성 음료나 유기농 주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주스 시장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 7429억2800만원 수준이던 주스 소매점 매출액은 지난해 7150억43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올 상반기 주스 매출액도 3318억91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 감소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해외 주스 수입액은 외려 늘어나면서 국내 주스 회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18만6684달러 수준이던 주스 수입액은 지난해 23만5424달러까지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 주스 수입액도 20만8406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이에 따라 각 음료 제조사들은 맛을 다변화하거나 과즙 함유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2017년부터 ‘사각사각’ 브랜드를 론칭하고 꿀배, 복숭아, 수박 맛을 잇따라 출시했다. 기존 오렌지와 포도 중심의 주스에서 ‘다양한 맛’으로 승부를 걸겠단 전략이다.

아침에주스 블랙라벨 오렌지(사진 왼쪽)와 ABC 주스(사진=서울우유)
서울우유의 냉장 주스 브랜드 ‘아침에주스’는 지난 8월 사과(Apple)·비트(Beet)·당근(Carrot)을 주 원료로 한 ‘ABC 주스’를 출시했다. 건강한 과일, 야채 음료를 원하는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합성향료 첨가물 등은 일절 넣지 않고 100% 과즙으로 구성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주스 시장의 규모 감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음료 업계 관계자는 “‘주시’ 등 음료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많이 생기고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앞다퉈 주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기존 RTD 주스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면서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들은 아예 과일을 사서 집에서 착즙기로 짜서 먹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