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 꼭 줘야 하나요”...‘캣맘vs주민’ 끊임없는 갈등

by정지윤 기자
2020.11.16 00:10:14

캣맘?캣대디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
주민들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 괴로워요"
“사료에 쥐약 뿌려”...동물학대로 이어지기도
지자체 “새로운 대책 마련 현실적으로 어려워”

캣맘·캣대디와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명권을 지켜주려는 신념과 쾌적한 환경을 바라는 욕구가 충돌하고 있어서다.

캣맘과 캣대디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을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캣맘’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은 40만개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캣맘과 캣대디들이 제공하는 사료 주변으로 길고양이가 몰리면서 인근 주차 차량에 흠집이 생기고 밖에 내놓은 쓰레기봉투가 훼손되면서 거주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길고양이 개체수 감축을 위해 중성화 수술과 급식소 마련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주민간 갈등을 줄이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민들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 괴로워요호소

주거 단지에서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캣맘·캣대디로 인해 주민 간의 의견 충돌이 상당하다.

주거지 근처에 사료나 물을 두면 고양이들이 몰려 울음소리, 차량 흠집, 쓰레기봉투 훼손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 사료를 담은 비닐봉지나 고양이 전용 캔 등이 길고양이가 밥을 다 먹은 후 길에 그대로 버려지는 것도 문제다.

일부 주거단지에서는 아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을 금지하기도 한다. 밥을 챙겨주는 것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A(22·여)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공고가 붙어 있는데 보기 안 좋았다”며 “고양이가 크게 우는 것도 아니고 밥을 주는 행동이 왜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평소 고양이를 무서워한다는 B(26·여)씨는 “길고양이를 위해 누군가가 놓아 둔 먹이가 나에겐 고통”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 주변에 누가 고양이 사료를 둬서 고양이가 계속 몰려든다. 밤마다 들리는 울음소리도 고역이다”라고 호소했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거 단지 근처로 모이는 길고양이(사진=정지윤 기자)

일부 배려 없는 캣맘·캣대디에 관한 불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 차 밑에 사료를 둔 무개념 캣맘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밖에 나오자 고양이는 차 위에 올라가 있었고 차체에는 고양이 발자국에 흠집까지 나있어서 차 광택을 다시 돌려야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해당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골목마다 고양이 사료투성이다. 어쩌다 통이 엎어지면 사료들이 길바닥에 나뒹굴고 사료 주변에 비둘기도 몰린다”, “키우긴 싫고 밥은 주고 싶으니 집 안에서 키우지 않고 민폐 짓을 한다”, “책임지지 않을 거면 밥을 주지 마라” 등의 댓글을 적으며 비판했다.

온라인에는 '캣맘'을 검색하면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네이버 캡처)

지자체 새로운 대책 마련 현실적으로 어려워

캣맘과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직 부족하다.

갈등의 원인인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성화 사업(TNR)’과 ‘급식소 설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을 진행하는 데에도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실제로 동물 관련 민원이 가장 많다”며 “중성화 수술과 고양이 급식소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담당 인원이 적어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는 현재로서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공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고양이 급식소에 대해서도 ‘증설하자’, ‘반대한다’ 등의 입장이 팽팽하다”며 워낙 의견들이 극과 극으로 갈려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라고 전했다.

캣맘?주민 서로의 배려가 해결책

동물보호단체는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한 관계자는 “쥐 잡는 끈끈이에 온몸이 붙어 움직이지 못하던 새끼 고양이를 치료해 입양 보낸 적이 있다”며 “보호 활동을 하다 보면 사료에 쥐덫이나 독극물을 섞어 길고양이와 유기견이 다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도심 속 길고양이는 현재 너무나도 많고, 이들이 완벽히 사라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모두에게 고양이를 좋아해달라고 강제할 순 없다. 그러나 고양이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역시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양이 급식소나 밥을 주는 장소를 청결하게 유지하거나 중성화 수술에 적극 동참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