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관계, 美대선에 달려…트럼프 승리땐 新냉전시대 열릴 것"
by이준기 기자
2020.05.13 05:36:51
[포스트 코로나, 석학에게 길을 묻다]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국제개발대학원 교수②
"각국, 中 관련 문제 美가 해결하길 바라"
"바이든 당선 땐…美, 리더십 발휘할 것"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이른바 ‘코로나19 발원론’ 및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제2의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 재개는 불 난데 기름 붓는 격이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리처드 볼드윈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GIIDS)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질문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관계가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 간 관계와 유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초 강대국이 진영을 나눠 대립하는 ‘신냉전’(new cold war) 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란 얘기다.
다만, 볼드윈 교수는 11월3일 미 대선을 분기점으로 양국이 ‘최악의 갈등 관계’로 치달을지, 아니면 ‘건설적 갈등 관계’로 나아갈 것인지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양국 관계는 훨씬 더 악화하겠지만,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양국 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후자의 경우 갈등은 조금 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장기불황이 올 가능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나 지금의 침체는 각국의 봉쇄정책의 결과물이다. 때문에 지능적으로 락다운(봉쇄·lockdown) 정책을 완화한다면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국의 봉쇄정책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 유지하기에는 너무 파괴적이다. 봉쇄정책은 (코로나19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엄격해야 하지만, 동시에 웰빙(well-being) 상실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적당히 느슨해야 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일정 수준의) 노동력 재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한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 부채 문제가 그렇다. 1980년대 중남미 외채위기,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등 일부 충격으로 이어지는 신흥시장의 부채 지속 가능성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빠르게 행동하고 있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스와프 협정 대상을 확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든 국가가 증세를 택하진 않을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나는 향후 어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결과물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는 무척 독특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것을 경험하는 몇 안 되는 사례다. 그리고 이 사태는 인간이 일으킨 게 아니다. 오직 RNA(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형태) 한 가닥 외에는 적이 없다. 원칙적으로 이 사태는 우리를 함께 모이게 할 수 있다. 나는 만약 코로나19 위기를 (유명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3장’(chapter 3)에 정도에 있을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어떻게 끝날지 알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진짜 결말을 보면 놀랄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이 탈세계화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무역의 경우 문제의 일부가 아닌 코로나19 해결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세계는 백신이 만들어졌을 때 수십억명 분량의 백신을 생산하고 공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의약품 등에 대한 무역과 글로벌 공급망 체인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마스크·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 쪽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각국은 의료 장비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취급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 주요 국가들이 소총을 직접 만들 수 있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류 등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현 상황은 이미 비용 절감과 위험의 균형을 고루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은 빛을 발하고 있는 반면, 독일과 미국의 제조업은 꺼지고 있다. 중국이 의료장비를 제조하도록 하는 건 이제 독일과 미국에도 유용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나는 낙관론자다.
△나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바뀔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지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감염병 사태가 우리의 소비패턴을 바꾸었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의 모습을 바꾸었나. 그렇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불안한 리더십, 특히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리더십은 미국 병원의 필수 의료 장비 부족을 가져왔다. 보건당국은 진단 테스트 등을 수행할 시설 부족에 직면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 때문이다.
△제일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중국 등이 지난 1~2월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배운 교훈을 무시하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봉쇄정책 대신 희망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선택을 했다. 지금 미국은 전 세계 확진 사례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취한 마스크 수출금지 조치를 보라. 이는 교역국에 ‘미국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사고를 심어줬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실패한 미국의 위상은 크게 깎일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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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는 11월 미 대선에 달렸다고 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훨씬 더 악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양국 간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갈등은 조금 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어떤 문제에 있어 앞장서는 것에 익숙하다. 즉, 각국은 중국의 독특한 자본주의 모델에 바탕을 둔 경제적 성공으로 인해 야기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이 앞장서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러한 리더십을 보게 될 것 같다.
△그 정도는 아닐 거다. 나는 두 나라의 관계가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 간 관계에 더 가까워질 거라고 본다. 두 개의 초강대국이 있는 세계 말이다.
△그 또한 미국의 리더십 문제라고 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과 같은 글로벌 지도자들은 주요 20개국(G20) 제1차 리더스 서밋을 여는 등 머리를 맞댔다. 이들 지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 커지지 않도록 보호주의를 피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오늘날 다자간 협력에 대해 혐오하는 미국은 세계를 구하기 위한 이러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준 국가 중 하나다. 나라 전체가 힘을 모아 빠르고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취약계층을 구석으로 몰아넣지도 않았다. 공동체 의식이 돋보였다. 한국은 건강과 경제를 잘 조합해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국제경제 전문가. △미국 위스콘신대학 학사, 영국 런던경제대학원(LSE) 석사 △미국 MIT 경제학 박사학위(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지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 부교수 △영국 런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소장 △‘복스’(voxEU) 편집장 △ 주요 저서: ‘글로보틱스 격변’(The Globotics Uphea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