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0.03.18 05:00:00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방공진지에서 외부 사람이 울타리 안으로 무단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그제 한 민간인이 방공진지 울타리 밑을 파내고 부대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당 부대에서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폐쇄회로 감시병이 1시간쯤 지나서야 발견함으로써 그 민간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한다. 명색이 서울 지역을 방위하는 육군본부 직할사령부 소속 부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다른 부대의 경계태세는 더 보나 마나다.
가뜩이나 이미 열흘 전에도 제주 해군기지에서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이 벌어져 군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간인 2명이 철책을 뚫고 들어가 1시간 30분 동안이나 휘젓고 돌아다녔다니, 부대가 자기 방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진해 해군기지사령부에서도 민간인이 정문을 통해 버젓이 부대 안으로 침입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병사들의 평소 훈련과 내무반 생활이 어떠할지 짐작도 된다. 과연 국민이 이런 군대를 믿고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철책에서 외부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폐쇄회로 감시체계의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진해 해군기지에서는 군사경찰 3명이 위병소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건만 정문으로 들어오는 외부인을 저지하지 못했다. 비상사태에 대응해야 하는 5분 대기조의 출동도 지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런 사례가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채 해당 부대 차원에서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부대에 침입한 민간인들이 위험한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안심할 것만도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6월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진입하기까지 넋놓고 있다가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던 기억을 되살리기 바란다. 정경두 국방장관 주재로 어제 긴급 지휘관회의가 열렸으나 군 내부의 안이한 태세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금 굳은 결의로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