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바른미래 잔류냐, 신당 창당이냐…안철수의 미래, 孫에 달렸다

by박경훈 기자
2020.01.20 05:55:00

安, 출국 506일 만에 정계 복귀 선언
20일, 현충원·5.18 묘지 참배로 공식 일정 재개
향후 진로 △당 잔류 △독자신당 △보수대통합
시간·정치자금·정치환경 상 잔류 외 선택 힘들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과거 안철수와 비교해) 더 간절해졌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5시 20분 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2018년 9월 1일 출국 후 506일, 1년 4개월 만이다. 그는 정계 복귀 일성으로 “부조리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었다”며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항에는 지지자 수백여 명이 마중을 나와 “사랑해요 안철수. 고마워요 안철수”를 연신 외치며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환영했다. 전날 캐나다 벤쿠버에서 출발한 안 전 대표가 입국장에 들어서자 환호는 절정을 이뤘다. 안 전 대표는 안철수계 의원과 친정인 바른미래당에서 나온 임재훈 사무총장, 최도자 수석대변인 등과 악수를 나눴다. 안 전 대표는 약 15분간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안 전 대표는 귀국 다음날인 20일,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 눈에 띄는 것은 광주행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현충원 참배 직후 광주로 이동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지지해줬던 많은 분께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러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려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후 본가가 있는 부산,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 등을 방문한다.

이제 관심은 안 전 대표의 본격적인 향후 정치 행보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택할 수 있는 진로로 크게 △바른미래당 잔류 △독자신당 추진 △보수대통합행(行) 등을 예상한다. 우선 안 전 대표는 본인의 정치행보에 대한 질문에 “여러분을 만나 뵙고 상의를 드리겠다”며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 정치 복귀 목적은 다음 국회를 실용적인, 중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친정인 바른미래당 잔류다. 앞서 귀국장에서는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그를 환영했다. 지지자 역시 바른미래당·옛 국민의당 출신들이 주류를 이뤘다. 안 전 대표 역시 지난 8일 당원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안 전 대표의 잔류에 힘을 싣는다. 4.15 총선까지는 채 석달이 남지 않았다. 신당을 창당하기에는 시간상으로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정치자금도 걸림돌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200억원의 정치자금이 쌓여 있는 걸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총선을 대비를 하기 위해서 당 잔류가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다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관계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안철수계는 지난달 안 전 대표의 복귀설이 나오고부터 직간접적으로 손학규 대표의 선(先)사퇴를 꾸준히 주장했다. 당내 호남계까지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당 최고위원회의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하지만 손 대표는 “무조건적인 사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혔다.

만약 안 전 대표와 손 대표와 사이 역할·지위 협상이 원만히 풀리지 않는다면 신당 창당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간·자금 상 신당창당부터 총선 준비까지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철수계 중 ‘안철수 신당’이 차려진다면 적을 옮길 수 있는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 의원 1명뿐이다. 이렇게 되면 총선 기호는 현재 2석인 우리공화당보다도 낮은 순번에 배치된다.

아울러 정치권 안팎에서 관심이 높았던 보수대통합 행은 이날 안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히며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안 전 대표는 귀국 현장에서 “저는 중도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야권도 혁신적인 변화가 꼭 필요하다. 일대일 진영구도로 가는 건 정부여당이 바라는 것이다”고 일축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바른미래당을 환골탈태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출발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며 “문제는 버티는 손 대표다. 안 전 대표의 달라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