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먼저 vs 공정 우선…원샷법 개정안 결국 '불협화음'

by김형욱 기자
2019.01.28 06:30:00

김상조 “규제틀 무력화 우려”에도 산업부 원샷법 개정 강행
산업부 “기업 사활 걸려, 공정위 이견 국회서 논의할 것”
정책 투명성·합리성 중요..합의절차 무시 후유증 우려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정부가 올해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건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격인 공정경제를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이른바 ‘원샷법’ 개정을 두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투자여력이 큰 대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제력 집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규제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관가에서는 재벌개혁 선봉장 역할을 해온 김상조 위원장과 정통 산업관료 출신인 성윤모 장관간의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업무보고 계획에서 원샷법 일몰을 5년 연장하되 적용범위 확대는 공정위 등 관련부처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산업부는 원샷법 적용 범위를 신산업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공정위가 반발하자 한발 물러섰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게 신산업까지 특례를 줄 경우 공정거래법 규제틀이 무력화할 수 있다며 제도 개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부는 이후 공정위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의원 입법은 정부 입법 과정에서 필요한 규제영향평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공청회 등 과정을 건너 뛸 수 있어 시한이 촉박한 법개정을 추진할 때 주로 활용한다. 정부가 법안을 만들고 의원이 대신 발의한다는 점에서 ‘청부입법’으로 불린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바퀴가 굴러갈 수 있는 도로 역할을 공정경제가 맡고 있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공정경제에 중점을 둔 경제정책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은 하루하루 사활이 걸린 만큼 입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산업부 안대로 원샷법을 확대 개편할 경우 공정거래법이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례 범위가 사실상 모든 대기업에 적용돼 경제력 집중 현상이 더 심화하리란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의원입법으로 추진해 당혹스럽다”면서도 “대기업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위성곤 의원실 관계자는 “현 원샷법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과잉·과밀 업종만 지원했으나 현 경제 상황은 자동차·조선 등 주력 업종을 신산업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이라며 “공정위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산업부와 공정위가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있는 만큼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모든 정책에는 양면이 있는 만큼 모든 정책 수립의 절차와 과정은 충분히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면서 “경제가 어렵다고 부처간 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패스트트랙을 밟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8월 시행된 원샷법은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추진할 때 적용되는 각종 관련 절차나 규제를 단일 특별법으로 묶어 한 번에 해결해줌으로써 시간과 비용 절감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는 법률이다.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기업에 선제적인 구조조정,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취지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일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원샷법’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