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8.10.15 06:00:00
히말라야에서 갑작스런 비보가 전해졌다.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우리 원정대원 5명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 등반에 나섰다가 베이스캠프에서 눈폭풍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다. 네팔인 셰르파 4명의 시신도 함께 발견됐다고 한다. 김 대장이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무산소 등정의 쾌거를 달성한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산악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안타깝고 숙연하게 만든다.
사고 현장인 베이스캠프가 눈더미에 휩쓸려 파괴된 상태로 발견됐다니,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구르자히말은 산세가 거칠고 급경사와 계곡이 많아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산악인들의 등반 시도도 흔치 않은 미지의 험산이라고 한다. 이 구르자히말에서 우리 원정대가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그만 자연의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 신루트에 ‘코리안 웨이’라는 이름을 헌사하기 위해 등반에 도전했으나 눈사태의 심술에 꺾이고 말았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산악인들의 조난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0년대 초반 히말라야 등반의 개척자였던 김정섭·기섭·호섭 형제가 차례로 마나슬루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고상돈·지현옥·고미영 대장도 등반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박영석 대장도 2011년 안나푸르나에서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던 중 영원히 실종되고 말았다. 저마다 험난한 역경을 무릅쓰고 불가능에 도전해 신화를 썼던 주인공들이다. 이처럼 지치지 않는 불굴의 용기가 우리 사회를 지금처럼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스타를 포함해 한류·체육·예술 등 각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에 진출해 실력을 뽐내는 요즘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어제 구조 헬리콥터가 사고 현장에 출동해 김 대장과 다른 희생자들의 시신을 모두 차질없이 수습했다니 다행이다. 유가족들도 항공권이 확보되면 오늘 중이라도 네팔 현지로 출발할 예정이라 한다. 비운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우리 영웅들에 대한 사후 처리 조치가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이제 희생자들의 영혼이 편안히 안식을 취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