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노희준 기자
2018.08.28 06: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특검은 진술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60일간의 수사를 마친 ‘드루킹 특검’이 수사기간 내내 강조했던 말이다.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엇갈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 참가 등 핵심 의혹 규명이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특검이 내세웠던 방패다.
하지만 한달여 후인 지난 18일 특검의 자신감은 ‘특검만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공범 혐의를 김 지사에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이 제시한 증거가 해당 혐의를 입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검은 영장 재청구마저 포기한 채 결국 불구속 기소로 마감했다.
이는 진술에 의존하지 않는다던 특검이 실은 ‘드루킹 일당’의 입에만 매달려 있었던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검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특검 이전부터 검경의 부실·늑장수사 의혹은 제기돼 왔던 터였다.
김 지사는 주요 혐의자였음에도 불구 경찰 수사기간 내내 ‘참고인’ 신분으로 남아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경찰은 그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조차 확보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이 내놓은 부실한 결과물에 대한 핑계론 부족하다. 특검 역시 수사기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검은 지난 2일에야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실시했다. 소환조사는 지난 6일에 비로소 이뤄졌다.
특검은 그전까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라는 사실상의 ‘별건 수사’에 시간을 보냈다.
특검이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공모관계 규명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지난 대선 때의 댓글조작 의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캠프 연루 의혹과 검찰 및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은 사실상 손도 대지 못했다.
지난 60일의 수사기간이 30억원 수준의 국민 혈세가 낭비한 채 오락가락한 드루킹 입만 쫓는 데 쓰인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