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카드 분사 안하기로…농협계 인프라 활용 “시너지 낸다”

by박일경 기자
2018.07.26 05:30:00

서울 중구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사진=NH농협금융지주)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NH농협카드를 분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잇단 신용카드 가맹수수료 인하 유도로 카드산업의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자 농협카드를 계열 분리하지 않고 농협금융 내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략을 고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NH농협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25일 “카드업 성장성이 갈수록 둔화되는 시기에 카드사 분사는 적절치 않다”며 “농협카드를 농협은행에 종속된 카드사업 부문으로 두면 카드실적 악화를 (대규모) 은행실적 개선세로 만회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3월 지주 출범 이래 끊임없이 카드사 분사 논의가 있어 왔다. 신한·KB·하나·NH농협 등 4대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농협금융만이 유일하게 카드계열사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총계 26조3000억원으로 독보적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281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6312억원 보다 55.3%나 급감하며 반 토막 이상이 났다. 신한금융그룹이 상반기 순이익 1조7956억원, 2분기 순이익 9380억원을 각각 시현해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1년 2분기(9648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크게 대조된다.

2위 그룹을 형성하는 자산총계 18조5000억원인 KB국민카드는 상반기 순이익 1686억원 중 기타영업손익 -238억원, 영업외손익 -196억원으로 434억원의 이 부분 적자를 냈다. 하나카드 역시 상반기 순익 516억원으로 전년 동기(751억원) 대비 31.3% 감소했다.

농협금융은 NH농협은행이 지난 2016년 당기순이익 1111억원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으나 작년 6521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 3176억원을 시현하며 견조한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카드사업 영업손실분을 희석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농협금융은 범(汎)농협 전반의 인프라를 활용해 농협카드 내실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1149개의 영업점포를 보유해 국내 은행 중 최다 영업점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본점·지점·간이지소를 포함한 총 4714개의 영업망을 합하면 전체 5863곳에 달하는 전국적인 카드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약 6000개에 이르는 범농협 네트워크에서 모집하는 카드 비중이 은행과 중앙회 각각 5대 5 정도의 비율”이라며 “분사 시 카드사 독자적인 영업력 마련에 투입할 비용을 고려하면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게 실속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업사로 법인 독립해 업황 상 추가수익 기대효과에 의문이 드는 부가업무를 만들기보단 자체 내실을 다지는 편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농협금융 관계자는 “범농협은 실물·유통과 같이할 수 있는 시너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연내 하나로마트에서 쌓은 포인트로 농협은행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를 낼 수 있게 된다. 농협금융을 비롯해 NH농협경제지주 등 전부 16개 관계사가 참여해 범농협 통합멤버십을 구축 중이다. 농협중앙회가 주도하는 새 통합멤버십 시스템은 오는 9월 중 개발을 마무리하고 10월 시범 운영을 거쳐 11월부터 본격 서비스할 예정이다.

협업대상은 △중앙회 △농협경제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홍삼 △농협목우촌 △농협금융 △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이다.

금융권에선 유통과 금융을 합친 특성을 감안했을 때 롯데그룹의 ‘L포인트’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농협의 새로운 통합멤버십 이용고객 수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농협 회원은 농협은행이 2340만명, 농·축협 3200만명, 카드기반 채움 1300만명, 하나로마트 등 경제지주가 1400만명으로 모두 8240만명 수준이다.

특히 성장 한계가 왔다는 평가를 받는 카드 분야가 통합 포인트제 도입으로 인한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범농협은 신규 통합 포인트 시스템을 카드 중심으로 운영한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농협카드는 카드업계에서 시장점유율 기준 4위권”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총 이용액 110조원을 달성해 3위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