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도 신탁 시대…사업기간 3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

by박일경 기자
2018.03.20 06:00:00

[인터뷰]김양수 KB부동산신탁 신사업본부장
KB금융, ‘재개발’ 사업 본격화…신수종 채택
‘미래먹거리’ 국민銀 부동산금융과 접목·특화
공작·대교 이어 내달 한양아파트 수주도 유력
‘여의도→강남→성수·용산’ 거점권역 확대방침

김양수 KB부동산신탁 신사업본부장(상무)은 1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먹거리 및 신(新)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도시정비사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다음 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총회 개최가 예정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는 당초 KB부동산신탁과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빅3’ 신탁회사가 모두 뛰어들었다. 하지만 KB부동산신탁을 제외한 나머지 2개사가 입찰 제안을 포기하면서 KB부동산신탁만이 단독 입찰한 상황이다. 앞서 공작·대교아파트 재건축 사업권에 이어 한양아파트도 KB부동산신탁의 수주가 유력해지자 다른 신탁사가 최종 경쟁에 나서지 않은 것. 여의도 재건축 시장에서 KB부동산신탁의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KB부동산신탁이 KB금융지주 본사와 KB국민은행 본점이 위치한 여의도 재건축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을 잇달아 인수하고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마저 완전 자회사화하면서 ‘비(非)은행 부문 강화’란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KB금융그룹이 신수종으로 도시정비사업, 즉 ‘재건축·재개발’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김양수 KB부동산신탁 신사업본부장(상무)은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먹거리 및 신(新)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도시정비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적극 참여하겠다”며 “수익성 확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신탁방식 정비사업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KB금융은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매금융 강자인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KB증권과의 협업으로 자산관리(WM) 복합점포를 늘리는 동시에 국민은행의 또 하나 강점인 부동산 금융을 특화하고자 KB부동산신탁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접목시킨다는 전략이다.

여기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가운데 70%가량이 부동산에 집중된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을 빼고는 완벽한 의미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논하기 힘들다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판단이 작용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파이를 키울 KB부동산신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KB부동산신탁은 그룹의 태동인 여의도를 시작으로 강남권, 강북지역의 성수 및 용산 등 거점 권역으로 수주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재개발·재건축 사업형태는 주민들이 인·허가 비용을 세대별로 분담하기 어렵고 초기비용 조달을 위해 용역업체들과 무리한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내부 분쟁이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김양수 상무는 “신탁방식은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 단계가 생략돼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신탁사가 초기부터 사업비를 투입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초 추진위에서 조합 설립까지 평균 3년이 소요되며 10년 넘게 조합조차 설립하지 못한 사업장도 많다. 재건축 사업기간을 3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상무는 “신탁사가 자금관리 및 집행을 맡아 투명한 사업관리가 가능하며 사업비 절감 효과도 발생한다”며 “KB부동산신탁은 22년간 전문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영위해온 전문가 집단으로서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정비사업운영위원회와 매주 회의를 열고 단지 내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리딩기업을 목표로 단기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수주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의 재무구조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부채비율은 지난 3년간 10~20%대로 국내 11개 신탁사 중 가장 낮다. 신용평가등급은 작년 12월 말 기업어음 기준 ‘A2+’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타 신탁사에 비해 사업비 조달 및 금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148억원, 2015년 202억원, 2016년 292억원으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간 순이익 364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순이익을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탁고 역시 지난해 12월 말 약 25조원으로 업계 최고다.

김 상무는 “KB부동산신탁은 1996년 설립 이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서도 20년 넘게 성공적으로 개발사업을 완수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며 안정적 수주 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검증된 회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KB는 신뢰할 수 있고 함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자 사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신뢰는 곧 사업의 성공’이란 신조로 사업장에서 토지 등 소유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 시장 안정화를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강화 등 지속적인 규제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재건축 시장은 다소 위축될 것이란 전문가 예상이 많다. 특히 서울 위주의 ‘재건축 쏠림현상’에 따라 지방 재건축 시장은 침체될 것으로 예견된다.

김 상무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택지 공급의 감소로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도심 내 주택공급이 부족한 실정인 데다 주택 노후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어 향후 신탁방식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업황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