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평화정착 위한 첫걸음 뗐다

by논설 위원
2018.03.07 06:00:00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지니고 평양을 방문했던 특별사절단이 이틀에 걸친 체류를 마치고 어제 귀환했다. 특사단 파견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내달 중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미 청와대 측이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다”고 밝힌 대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남측 특사를 맞아 만족한 합의를 보시었다”고 보도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어진 특사단 방북이 원만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여준 과감한 행보부터가 눈길을 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특사단의 방북 첫날인 그제 저녁 곧바로 접견이 성사된 데다 면담과 만찬이 무려 4시간도 넘게 진행됐다. 만찬이 노동당사 본관 건물에서 열렸다는 자체도 이례적이다. 그 자리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도 배석했다고 한다. “북남관계를 적극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눴다”는 북측 매체의 보도가 빈말만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를 어떻게 북·미 대화로 연결되도록 이끄느냐 하는 점이다. 남북대화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유보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 행정부 일각에서 약간의 인식 변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특사단 파견과 관련해 발표된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분명히 그 대화를 권장한다”는 국방부 대변인 성명이 하나의 사례다. 정의용·서훈 특사가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김 위원장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이해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에 임하는 북측의 진정성 여부다.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 해도 핵 개발 시간을 벌려는 속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어제 육사 졸업식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축 필요성을 내세운 것이 그런 뜻일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도 미적댈 필요는 없다. 이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본격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